국제 외형 키운 '브릭스', 향후 행보에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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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3-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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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언론 '달러 약화' '환경문제 갈등' '서방 독주에 대한 견제' 등 전망


내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이란 이집트 에티오피아 아르헨티나 등 6개국이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구성된 브릭스(BRICS)에 공식 합류한다. 더 많은 국가들이 가입을 신청함에 따라 브릭스 회원국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브릭스 회원국은 전세계 인구의 약 42%, 누적 국내총생산 27조달러 이상을 차지한다. 확대된 그룹은 전세계 인구의 46.5%를 차지할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2022년 GDP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GDP 100조달러 중 30조8000억달러를 차지할 전망이다.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는 36% 이상으로, 선진 7개국(G7) 비중을 넘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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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언론들은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정상회의 결과로 몸집을 불린 브릭스의 향후 전망에 대해 각자의 견해를 담은 분석을 내놨다.


"달러 지배력, 계속 낮아진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8월 31일 홍콩과학기술대 크리스틴 로 교수의 기고를 통해 "브릭스 확대로 달러 지배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 교수에 따르면 서방국가들의 이른바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는 신흥경제국의 이익을 무시하고 있다. 2008년이 대표적 사례다. 미국의 금융시스템은 주택거품을 부추긴 부도덕한 투자은행들을 규제하지 못하면서 전세계 신뢰를 잃었다. 이는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졌다. 전세계 투자가 위축되고 개발도상국 수입이 감소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가난한 국가들은 달러 외환이 부족해 국제수지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들은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합리적인 조건의 지원이 필요했다. 하지만 두 기관 모두 '서구 중심 국제질서' 금융구조의 일부였다. 개발도상국들은 이들 기관에 자국의 상황을 고려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무시당했다.


이에 지친 브릭스는 2015년 자체 개발은행을 설립했다. 단기유동성을 공급해 국제수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화스와프 메커니즘인 긴급준비금협정을 체결했다.


로 교수는 "게다가 미국은 자국이익에 반하는 국가들에 대해 무역과 투자를 제재한다"며 "이는 많은 국가의 사고방식을 바꿔놓았다. 과거 달러가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위험의 원천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많은 제재를 받는 러시아와 많은 비판을 받는 중국은 루블화와 위안화를 사용해 서로 거래한다. 인도 정유업체들은 러시아산 석유대금 일부를 위안화로 결제한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6월에 중국과의 스와프를 통해 위안화로 IMF 부채를 지불했다.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인도는 아랍에미리트에서 루피화로 석유를 구매했다.


로 교수는 "달러는 여전히 세계무역과 기축통화로서 지배력을 행사할 것이지만 그 영향력은 줄어들 것이다. 특권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환경문제 놓고 선진국과 대립한다"


유럽 제1의 방송인 유로뉴스는 컨설팅기업 '매크로 어드바이저리'의 CEO 크리스토퍼 위퍼의 인터뷰에 기반해 "브릭스는 그동안 뚜렷한 목적도 없고 서로 협력하는 데도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 외형을 확대하고 있다"며 "지난 18개월 동안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제재가 촉매제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위퍼 CEO는 또 "브릭스가 지속적으로 확장하면서 기후관리 및 글로벌 금융시스템 같은 문제에 강력한 목소리를 낼 전망"이라며 "경제 강국과 브릭스 국가 간 핵심 어젠다 중 하나는 환경문제에 대한 이해의 격차를 해소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처럼 환경을 중요한 우선순위로 여기지 않는다. 개발도상국들은 환경문제가 유럽에 의해 과장된 문제며 G7이 개발도상국의 잠재적인 발전과 성장을 억제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이를 '현대판 식민주의'라고 말하기도 한다.


브릭스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는 지점 중 하나는 공동통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지 여부다. 위퍼 CEO는 "이 문제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푸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며 "유로화를 만드는 데 수십년이 걸렸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브릭스 회원국들이 공동통화보다는 양국간 무역을 늘리고 이를 각국 통화로 결제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러시아와 중국이 양국 결제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수년이 걸렸다.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와 중국 간 무역의 80%가 루블화나 위안화로 결제된다고 말했다. 위퍼 CEO는 "향후 10년 동안 브릭스 회원국들은 양자 간 무역결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다"고 전망했다.


"브릭스 확장은 글로벌 무질서 반영"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브릭스 확대가 글로벌 무질서를 반영한 증상이라고 진단했다. 가디언은 지난달 29일 사설에서 "지난 10년간 브릭스 정상회의는 개최국을 제외하곤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주 남아공에서 열린 회의에서 6개 국가들이 합류하면서 현대사의 전환점으로 기록될 수 있다. 가입을 희망하는 국가들이 수십곳에 달한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세계가 점점 분열하면서 개발도상국들은 냉전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 새로운 연합을 찾고 있다"며 "브릭스의 인기가 반서방 블록이 결집하고 있다는 신호는 아니다. '브릭스 11'에는 사우디와 UAE라는 미국의 동맹국들이 포함돼 있다. 오히려 글로벌 무질서가 커지는 것에 대한 우려의 표현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세계가 점점 더 분열되면서 개발도상국들은 자립을 강조하고 새로운 연합을 통해 선택의 폭을 넓히려 한다. 브릭스 회원국들은 세계가 미국 주도의 민주주의 연합과 독재국가들이 경쟁하는 신냉전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많은 중견국들이 원치 않는 상황이다. 과거 수십년 소련과 미국이 경쟁하던 시절처럼 정치적 경제적 행동의 자유를 제약하는 상황을 환영할 국가는 거의 없다.


가디언은 "개발도상국은 더 나은 무역과 기술 거래를 위한 협상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르헨티나 이란과 같은 국가들은 브릭스 가입을 중국 투자에 접근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 대한 경고, '신냉전'은 아냐"


아랍권 방송 알자지라는 제네바안보정책센터 수석연구원 아마디 알리 기고를 통해 '브릭스 확대가 미국에 대한 경고 성격이 짙다'고 봤다. 알리 연구원은 "과거 냉전과 결정적으로 달라진 점은 많은 국가가 동맹을 선택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이라며 "서구 이외 많은 국가들이 전례없는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글로벌 권력을 재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1980년대 세계경제의 무게중심은 미국과 유럽 사이의 대서양에 있었다. 하지만 2050년엔 인도와 중국 사이 어딘가에 위치할 가능성이 높다. 이 새로운 환경은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에게 강대국 간 갈등 고조에 대응하는 방법에 대한 옵션을 제시한다.


냉전시대에는 세계를 서방블록 소련블록 비동맹블록이라는 3개 진영으로 나눌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신흥국들은 소련식 블록을 형성하려 하지 않는다.


알리 연구원은 "중국은 지구의 많은 지역에 힘을 투사하고 먼 우방국에 안보를 보장할 수 있는 군사적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따라서 미국이 유럽과 동아시아의 주요 국가들과 맺은 동맹과는 거리가 멀다. 중국은 '포괄적 전략 파트너십'을 맺지만 동맹관계를 구축하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제기구에서 중국의 투표권과 지위는 경제규모에 비해 여전히 미미하다. 중국은 전세계 GDP의 16%를 차지하지만 세계은행 대출 관련 사안에선 5% 의결권만을 행사한다. 중국은 신흥경제국들의 의결권을 늘려달라고 거듭 요청해왔다. 이는 글로벌 사우스의 많은 국가들이 원하는 지점이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글로벌 사우스는 현재 세계질서에서 신흥국의 입장과 이익이 과소대표되거나 무시되고 있다고 여긴다.


알리 연구원은 "브릭스에 가입한다고 신냉전에 참전하는 건 아니다. 상하이협력기구(SCO)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같은 안보협력포럼이 될 수 있지만 '집단방위원칙'을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강대국에 대한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극성을 추구한다"며 "브릭스에 가입하는 건 중국과의 연대를 선언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특정 국가의 국익에 따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반영한다. 중립을 유지하거나 양쪽 진영 모두에 참여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ㅣ내일신문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