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스포츠 프라다 손잡고 설치미술 도전한 영화감독들…다중과 평행展

페이지 정보

작성일 23-09-06

본문

9d73fdd28d26095d93f614836d94bfd8_1694006973_3458.jpg
9d73fdd28d26095d93f614836d94bfd8_1694006973_4242.jpg
9d73fdd28d26095d93f614836d94bfd8_1694006973_5786.jpg
9d73fdd28d26095d93f614836d94bfd8_1694006973_7111.jpg
 


김지운·연상호·정다희, 각각 평상·지옥·빛 소재로 공간 꾸며

김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연 "낡은 것과 새로운 것 공존"


영화감독 김지운, 연상호, 정다희 3인이 프라다 모드를 통해 설치미술전 '다중과 평행'을 선보인다.


프라다 모드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가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와 협업해 콘텐츠를 선보이는 문화 행사로, 서울에서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기획을 맡은 이숙경 크리에이터는 5일 서울 종로구 코트에서 열린 제10회 프라다 모드 기자간담회에서 "무엇이 한국 문화의 현재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매체인지 생각했다"며 "영화는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는 대중 예술이면서 세대의 감수성을 보여주는 매체"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그러면서 "수십년간 세계적으로 크게 알려진 한국 영화가 미술과 패션이라는 새로운 장르와 만났을 때 어떤 방식으로 표현될지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다중과 평행'이다. 세 감독이 저마다 독특한 시선으로 바라본 현대 사회와 영화의 비전을 제시한다.


김지운 감독은 평상을 소재로 한 작품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를 선보인다. 이 공간은 옛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정겨운 오브제로 가득하다. 주요 소재인 평상을 비롯해 그 위에 놓인 말린 고추, 꽃무늬가 그려진 쟁반, 흑백 영상, 쌀집 자전거 등이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하게 해준다.


김 감독은 "익숙하고 친숙했지만, 어느새 사라져 보이지 않게 된 것들에 아쉬움을 느끼다가 평상이 떠올랐다"며 "그 지역의 사랑방 같은 구실을 하고 서로를 보살피는 공동체 역할을 했던 곳"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는 김 감독은 "서울은 용광로 같은 곳이어서 최상과 최악의 것들이 융합돼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삶의 여유와 낭만, 멋, 즐거움을 준 것들이 사라지는 것은 변화의 어두운 면"이라고 했다.



연상호 감독은 넷플릭스 시리즈로도 나온 웹툰 '지옥'에서 주인공 정진수가 살던 고시원을 재현했다. 전시 제목 역시 '지옥'으로, 고시원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일종의 범죄 현장처럼 꾸며진 공간을 만날 수 있다. 정진수가 신봉한 사이비 종교와 천사의 예언, 지옥에서 온 사자의 시연이 차례로 이어진다.


연 감독은 "(전시 장소인) 코트는 오래된 과거의 공간이지만, 한발만 넘어서면 이제 막 새롭게 태어나는 도시의 공간이기도 하다. 이런 장소의 특성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인 공간인 고시원에서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이미지를 생각했다"며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이 중간 과정 없이 붙어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김 감독은 "고시원은 서울의 (대표적인) 현재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며 "서울을 상징하는 어두운 모습과 주거환경, 정책에 대한 문제를 우리가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는 감상을 전했다.


애니메이션이 주 분야인 정다희 감독은 '종이, 빛, 유령'이라는 제목으로 빛의 공간을 표현했다. 정 감독의 기존 작품인 '빈 방', '의자 위의 남자' 등이 전시돼 그의 애니메이션 한가운데 서 있는 느낌도 든다.


정 감독은 "영화는 빠르게 퍼져나가고 많은 사람에게 한 번에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매체인 만큼 (이를 가능하게 하는) 빛의 특성을 중점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다"며 "물질인 종이, 조각과 비물질인 빛을 동시에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세 감독은 이번 전시에서 각자가 선정한 영화 상영회도 연다. 김지운 감독은 '마의 계단'(1964·이만희 감독), 연상호 감독은 '초록물고기'(1997·이창동), 정다희 감독은 '다음 소희'(2023·정주리)를 선택했다.


김 감독은 "여러 장르의 영화를 탐색한 저의 행보가 이만희 감독과 닮았다고 생각했다"며 "1960년대에도 고품격 스릴러가 나왔다는 걸 여러분께 보여주고 싶기도 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연 감독은 '초록물고기'가 "영화를 꿈꾸게 된 시작점에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두 감독과 달리 최근작인 '다음 소희'를 택한 정 감독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보여주는 이야기"라며 "영화가 어떻게 현실에 영향을 미치고 현실을 바꿔나가는지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번 전시는 이날부터 6일까지 이틀간 코트에서 열린다.


감독들은 각기 다른 주제로 대담도 한다. 배우 겸 감독 양익준, 주성철 영화평론가, 김혜리 평론가 등이 참석한다.


한국 길거리 음식 나눔·음악 공연인 김기라 작가의 '잔치'와 윤석철의 '씨네콘서트'는 5일과 6일에 각각 개최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