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스포츠 '흘러간 가요'가 그려내는 영화의 세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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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3-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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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음악은 분위기와 설정을 강조하고, 관객에게 더 깊은 이해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과거의 가요를 OST로 채택하면, 시대적 배경, 이야기, 캐릭터 전달이 용이해 진다.


1970년대 영화 감독 김열(송강호 분)이 마스터피스를 만들어내기 고군분투하는 내용의 '거미집'은 당시 유행했던 가요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김추자의 '나뭇잎이 떨어져서', 장현의 '나는 너를', 사랑과 평화의 '한동안 뜸했었지' 등을 삽입해 1970년대의 분위기는 물론 캐릭터의 각각의 상황을 극적으로, 혹은 절묘하게 표현했다.


그러면서 가사나 노래가 발표됐던 당시의 시대상이 영화의 감정적인 연출과 이야기 전개에 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했다.이러한 세심한 연출은 시대의 흐름과 감정을 대변하면서, 상황과 인물의 관계, 서사 등을 관객들이 더 빠져들 수 있게 만든다.


지난 7월 개봉했던 '밀수' 역시 1970년대를 시대적 배경으로 삼아, 당시를 풍미한 명곡들을 삽입했다. '밀수'에 등장했던 노래는 최헌의 '앵두', 김트리오 '연안두부', 펄시스터즈 '님아', 산울림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박경희의 '머무는 곳 어딘지 몰라도' 등으로, 내용의 상황과 기승전결을 자연스럽게 전달했다.


특히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는 권상사(조인성 분)과 장도리(박정민 분)패거리가 호텔에서 치열한 싸움을 벌일 때 등장, 특유의 강렬하고 개성 넘치는 리듬이 긴박하면서 색다른 액션신을 탄생시켰다는 호평을 끌어냈다.


극중에서 조춘자(김혜수 분)와 엄진숙(염정아 분)가 직접 부르기도 한 최헌의 '앵두'와 나미와 머슴아들의 '미운정 고운정'은 애잔한 음악으로 캐릭터들의 감정선에 바로 몰입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됐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현재를 배경으로 한 재난 블록버스터로 시대극은 아니지만, 윤수일의 '아파트'를 테마곡으로 선정해 또 다른 방식으로 음악을 활용했다.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서울에서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 속에 주인공 영탁(이병헌 분)이 '아파트'를 부르는 장면을 등장시켰다. 영탁이 경제성장의 상징인 '아파트'를 부르며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는 이 장면은, 영화와 캐릭터를 모두 상징하며 관객에게 각인시키는데 성공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음악을 통해 영화의 메시지를 강조하고, 한국의 현대사와 가치관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영화 중 하나로, 음악이 어떻게 작품을 더 풍성하게 만드는 데 기여하는지 보여준다.


흘러간 가요로 단순히 향수를 자극하는 것 뿐만 아니라, 원하는 감정을 빠르게 관객들에게 공유하는데 탁월하게 활용된 좋은 예다.


여기에 영화에 사용한 과거의 가요를 리메이크해 내놓으면서 또 다른 홍보 효과를 노릴 수도 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박지후가 '아파트'를 불러 음원을 발표했으며, '거미집'은 마마무 솔라와 협업해 '한 동안 뜸했었지'를 리메이크해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화제가 됐다.|데일리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