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시크교 살해’ 캐나다-인도 외교갈등 비화…서방도 긴장,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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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3-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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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국내에서 활동하던 시크교 활동가의 암살에 인도 정부가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양국이 서로 외교관을 추방하는 등 외교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 등 서방은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도와 캐나다의 분쟁이 국제정세에 끼칠 영향을 우려하며 긴장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시크교 지도자인 하딥 싱 니자르가 살해된 사건과 관련해 배후에 인도 정부 요원이 있었다는 신뢰할 만한 주장이 제기됐다면서 인도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전날 하원 연설에서 “캐나다 영토에서 캐나다 시민의 살해 사건에 외국 정부가 개입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주권 침해”이라면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캐나다 외무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인도 외교관을 추방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에 대해 인도 정부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하면서 캐나다 외교관을 추방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인도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캐나다에서 발생한 특정 사건에 인도 정부가 개입돼 있다는 혐의는 터무니없으며 뭔가 동기를 가진 주장”이라면서 “이번 결정은 국내 문제에 대한 캐나다 외교관들의 간섭과 그들의 반(反) 인도 활동 간여에 대한 인도 정부의 커지는 우려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양국은 이번 일로 지난해 10년 만에 재개한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잠정 중단했다.


캐나다에는 전체 인구의 3.7%에 해당하는 140만~180만 명의 인도계 시민이 거주하고 있는데, 이들 중 다수는 시크교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측은 시크교 분리주의 운동단체의 캐나다 내 활동을 막아달라는 요구에 캐나다 정부가 불응해왔다며 불만을 제기해온 바 있다.


캐나다와 인도의 이 같은 외교 갈등에 서방도 우려하며 긴장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보유하며, 5번째로 경제 규모가 큰 인도는 국제사회에서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인도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핵심적인 국가로, 중국의 잠재적인 대항마로도 꼽히고 있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모디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첨단기술과 국방 등 분야에서 양국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는 등 인도에 공을 들이며 구애를 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캐나다와 중국 견제를 위해 협력이 필수적인 인도의 분쟁으로 난처한 입장에 빠진 것이다.


미국 내에서는 그동안 모디 총리가 반대파를 탄압하고 종교적 박해를 해왔다는 점에서 미국과 인도의 밀착에 대한 비판이 제기해왔다. 미국은 인권과 민주주의를 외교 정책의 핵심으로 강조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지정학적 이익에 따라 외교 관계를 타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정학적으로 전략적 가치가 있는 인도와의 관계 악화를 원하지 않는 서방은 지금으로선 양국 외교 갈등이 다른 국제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러면서 양국 관계가 더 악화돼 이들 중 어느 한 편에 서야 하는 상황을 깊이 우려하고 있다.


캐나다 외무부는 트뤼도 총리가 미국, 영국 등 정부에 이번 사건 관련해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캐나다 우방국들은 이번 살인 사건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제임스 클레벌리 영국 외무장관은 “캐나다의 발언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면서도 “캐나다와 인도는 모두 영국의 가까운 친구이며 영연방 파트너”라고 말했다.


미국은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히면서도 인도 정부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은 피하며 줄타기 외교를 했다. 이에 대해 비판이 나오자 백악관은 “해당 문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며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일축했다.


과거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나라들이 자행한 국외 암살 의혹에 대해 규탄해온 바 있다.


아직 명백하게 사실 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당분간 서방은 상황을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번 사건에 인도 정부가 관여했다는 증거가 명확히 밝혀진다면, 서방은 누구를 지지할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고 BBC는 전했다.|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