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LF 공개된지 8년…사우디 야심작 ‘비전2030’ 기대보다 우려 큰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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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4-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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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가 탈석유 경제개혁 프로젝트인 '비전 2030'을 처음으로 공개된 이후 8년이 지났지만 이에 대한 기대감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사우디는 경제를 개혁하는 과정에서 가장 위태로운 시기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앞서 사우디 정부는 석유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에서 탈피하고 산업을 다각화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인 비전 2030 프로젝트를 2016년 발표했다.

주요 사업 중 하나인 '기가 프로젝트'는 대규모 인프라·도시 개발 계획으로, 미래 신도시 네옴, 디리야게이트, 키디야 등 5건의 건설 프로젝트를 통해 사우디를 주요 관광국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구상이다. 사우디는 또한 2027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과 2029년 동계 아시안게임, 2030년 세계박람회 등 대형 국제 행사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이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시키기 위해 막대한 자금이 요구되지만 사우디 정부는 2022년 말부터 6개분기 연속 재정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출은 갈수록 늘어나는 반면 핵심 수입원인 원유 가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던 2022년 대비 낮은 수준에서 횡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210억달러 적자가 예상된다.블룸버그가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집계한 결과, 2022년 사우디 정부의 지출은 전년대비 13% 증가한 3125억달러로 집계됐는데 작년엔 3446억달러로 불어났다. 올해 지출은 3335억달러로 예측됐는데 작년보다 약 3% 감소한 수준이지만 2022년보단 여전히 높은 수치다.반면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2022년 3월에 배럴당 127.98달러까지 폭등했지만 이후 등락을 반복하여 현재 80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IMF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가 적자에서 벗어나려면 브렌트유가 100달러에 육박해야 한다고 내다봤다.이와 관련, 컨설팅업체 글로벌소스 파트너스의 저스틴 알랙산더 애널리스트는 “지출의 증가가 일시적이거나 순환적인 것이 아닌 상당한 규모의 구조적인 적자로 이어지는 것이 최대 우려사항"이라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사우디 부채 또한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발행한 국채에 이어 사우디 아람코를 비롯한 국영기업, 사우디 국부펀드(PIF) 등의 채권 발행 규모가 지난해 471억달러로 집계됐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지난 10일까지 463억달러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사우디가 중국을 제치고 채권을 가장 많이 발행한 신흥국이 됐다고 전하기도 했다.비전2030 프로젝트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이지만 이에 대한 지속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스위스 자산운용사 UBP의 아포스톨로스 반티스는 “사우디는 현재의 채권 발행 속도를 너무 오래 유지할 수 없다"며 “이는 채권의 펀더멘털과 (사우디의) 자금 조달 비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이에 IMF는 사우디의 대외건전성을 보여주는 핵심지표인 경상수지가 올해는 제로(0)에 가까워지고 내년부터 본격 적자로 전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투자은행 바클리는 “사우디의 해외 부채가 전례없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사우디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가 크게 증가하지 않는 것도 부담이다.지난해 사우디의 FDI 규모가 123억달러로 집계됐는데 이는 이웃국가 아랍에미리트(UAE)보다 60% 적은 수치이며 사우디 정부가 2030년까지 목표로 하는 1000억달러에도 크게 못 미친다. 올 1분기엔 25억달러로 나타났다.이에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올 상반기 사우디의 '소버린 리스크'(국가의 채무상호나 불이행 위험) 점수가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 다음으로 크게 떨어졌다고 이달초 지적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비전2030 프로젝트가 당초 계획과 다르더라도 끝까지 추진될 것으로 입을 모으고 있다. 블룸버그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네옴을 포함해 다양한 프로젝트들의 예산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뱅크오브아케리카의 죤 미첼 살리바 중동 및 북아프리카 이코노미스트는 “현실에 직면한 비전2030이 현재 조정을 거치고 있다"라며 “비전2030이 탈선하고 있다는 신호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에너지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