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탈원전 버리는 일본…새 원전 건설비 ‘국민 주머니’에서 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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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4-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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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원자력발전소의 신규 증설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일반 시민들이 내는 전기요금에 건설비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24일 “경제산업성이 원전의 신규 증설을 추진하기 위해 건설비를 전기요금에 가산하는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원전 신규 증설 비용 조달을 위해 해외사례 가운데 영국식 ‘규제자산기반(RAB) 모델’을 살펴보고 있다. 이 방식은 정부의 원전 계획에 따라 건설이 시작되면, 전기 소매회사가 건설비와 유지비 등을 우선 부담한다. 이후 전기 소매사들이 전기요금에 건설비용을 가산하는 형태로 투자금을 회수한다는 것이다. 일본에는 전력 도매사격인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공급받아, 이를 다시 소비자에 판매하는 전기소매사 ‘신전력회사’가 수백여개에 이른다. 이들은 애초 계획보다 건설비가 증가하더라도,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만큼 전기요금을 인상할 수 있다. 또 건설 계획이 진행되다 멈추더라도 이미 들어간 자금에 대해서는 정부가 보상하도록 해 사업자들 입장에서 진입 장벽이 대폭 낮아지게 된다.

앞서 영국 정부는 규제자산기반 모델에 대해 “영국에서 수도·가스·전기 네트워크 같은 대규모 인프라 자산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사용돼온 검증된 방법”이라며 “기업은 해당 인프라를 제공하는 대가로 정부 기관으로부터 소비자에게 (건설비 부담분이 포함된) 일정 요금을 부과할 권한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또 “이 모델을 통해 투자자는 프로젝트의 건설과 운영 위험의 일부를 소비자와 공유하게 돼 원자력 프로젝트 비용의 주요 요인인 자본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역시 과거 ‘규제자산기반 모델’과 비슷한 형태로 전기요금에 발전소 건설비를 포함시켜 비용을 회수하는 방식을 썼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소비자들이 전력회사를 선택하는 이른바 ‘전력 자유화’를 거치면서 이런 방식을 더는 쓸 수 없게 됐다. 특히 2022년 이후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원료 가격이 급등하자, 요금을 인상하지 못한 신전력회사들이 잇따라 문을 닫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이 새로운 전력회사를 찾아 옮겨다니면서 ‘전력 난민’이라는 말이 등장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이후 원전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방침을 뒤집은 데 이어, 필요한 재원을 국민들에게 전가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기존 전력 회사들은 잇단 원전 사고로 안전 대책 비용이 급증한 데다 전력 자유화로 원전 건설비를 회수할 확실한 수단이 없어 투자에 소극적이었다”며 “정부는 ‘탈탄소 전력’을 늘려 미래 수요 증가에 대비한다는 입장이지만, (원전 신규 건설이) 국민 부담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