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LF "이라크 은행, 이란에 10년간 불법송금 의혹…美연준 시스템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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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4-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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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여 년간 이라크 현지 은행이 미국의 안일한 대처를 이용해 '제재 대상' 이란에 불법 송금한 의혹이 제기됐다.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8일(현지시각) 이라크의 '달러 왕'이라 불리는 알리 굴람의 바그다드 은행 3곳에 대한 지난 5월 감사 정보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의혹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으로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이 바그다드(이라크 수도)의 석유 수입을 옮기는 과정에서 자금 세탁 방지를 위한 주요 안전장치가 부족해 수년간 테러리스트 단체에 자금을 지원하는 불법 송금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2003년 침공 이후 파괴된 이라크 금융 시스템…빈틈 속 불법 송금↑

미국은 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연간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이라크의 석유 판매 수익을 뉴욕 연은에 보관하기로 합의했다.이후 수익을 이라크로 다시 돌려주기 위해 현금으로 달러를 선적 후 바그다드로 향했고, 이라크 민간 은행에서 국제 무역을 위해 상업용 송금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수년간의 전쟁과 제재 이후 무너진 이라크 경제를 되살린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이 임시 시스템에는 국제 은행업에서 표준으로 적용되는 중요한 점검 조치가 부족했다. 은행들이 이라크에서 송금되는 자금의 수취인 정보를 구체적으로 요구하지 않았던 것이다.

미국 등 대부분의 국가는 국제적으로 송금하려는 은행은 자금 세탁 및 테러 자금 조달 등을 억제하기 위해 보안 메시징 시스템을 사용해 자금 흐름 정보를 검토 후 이체를 승인·거부한다.

하지만 수십 년간의 제재로 인해 이라크 민간 은행들은 주요 외국 은행과 이와 관련한 협정을 맺지 못했다.대신 미국과 이라크 중앙은행은 상업 고객 간이 아닌 '은행 간' 자금 이동에 대한 보안 시스템을 사용해 자금을 송금했다. 미국 관리들은 이 같은 허점이 대규모 불법 송금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미국은 지난 10년여간 이라크 민간 은행에 대한 단속을 하지 않았었다.

수년에 걸쳐 이라크로의 현금 흐름에 대한 일시적인 제한을 시행했지만, 엄격하거나 영구적인 통제는 하지 않았다. 이라크가 경제적 혼란에 빠지고 이슬람 국가(IS)와의 싸움이 후퇴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의혹의 중심에 선 '알리 굴람'…뉴욕 연은으로부터 중용 받아

의혹의 중심에 있는 굴람은 뉴욕 연은이 이라크의 국제 거래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중용한 인물이다. 약 20년 전 미국 점령 하에 설립된 임시 은행 시스템을 가장 크게 운영하던 인물이기도 하다.

뉴욕 연은에 보관된 달러를 인출하는 시스템에 대한 접근 권한을 부여받은 굴람은 지난 10년간 이라크 중앙은행을 통해 일하면서 해외로 자금을 이체하는 사업으로 큰돈을 벌었다.

이후 그는 두 개의 은행을 더 인수하기도 했다. 해당 은행은 이라크 중동 투자 은행, 알 안사리 이슬람 은행, 알 카비드 이슬람 은행이다.이 세 은행은 2022년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재무부가 달러 거래를 차단한 첫 번째 은행이었다. 연준과 재무부는 이들 은행이 의심스러운 거래량이 많아서 차단된 것이라 전했다.


굴람의 은행, 10여 년간 수천억 달러 해외로 송금…"80%는 추적 불가"

그 기간 동안 굴람은 그가 운영하는 바그다드 은행 3곳을 통해 수천억 달러를 해외로 송금했다. 표면적으로는 차량 부품, 가구 및 기타 수입품 공수를 위해서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미국 관리들은 이라크 은행 전체에서 어떤 날에는 2억5000만 달러(약 3362억원)가 넘는 달러 송금 중 80%가 추적 불가능했다고 전했다.이들 은행은 미국 당국의 처분 전 6개월 동안 총 35억 달러(약 4조7000억원)를 해외로 송금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자금은 대부분 정체를 알 수 없는 아랍에미리트(UAE)의 회사 몇 곳으로 보내진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그 자금 중 일부는 비밀리에 이란 혁명수비대(IRGC)와 그들이 지원하는 반미(反美) 민병대 등 제재를 받는 단체로 들어갔다고도 덧붙였다.

미국 관리들은 이란과 그 민병대 동맹국으로의 불법 송금 의혹에 라크 은행 20여개가 연루됐다고 보고 있으며, 그 중 하나가 굴람의 은행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미국은 이들 은행이 유령 회사와 송장 위조를 통해 이란에 대한 세계 금융 시스템 차단 제재를 우회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자금이 해외, 대개 아랍에미리트(UAE)에 도착하면 달러는 현금으로 인출되거나 통제가 거의 없는 '하왈라'(비공식 송금망)를 통해 이동했다고 관리들은 말했다. UAE 중앙은행은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하왈라는 중동에서처럼 종교적·사회적 이유로 은행업이 도입되지 못하거나 자리 잡지 못한 지역에 뿌리 내린 비공식 사금융 송금망이다.

미국 관리들은 "불법적인 핵 활동과 테러 지원 혐의로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의 경우, 무인 항공기와 미사일의 무기와 부품을 구매하고 중동 전역에서 이란이 지원하는 무장 단체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달러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라크중앙은행·뉴욕연은 "시스템 개선할 것"…굴람은 혐의 부인

한편 이라크 중앙은행은 올해 말까지 해외로 달러를 송금하는 현 시스템을 폐지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뉴욕 연은도 "이라크 중앙은행과 미국 재무부와 협력해 지불 채널의 남용을 가장 잘 방지하기 위한 규정 준수 통제를 계속 업데이트하고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굴람은 WSJ과의 인터뷰를 통해 "나는 자금세탁이나 이란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