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관세로 드러난 美 제약산업의 민낯…"中의존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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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5-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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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진통제 원료 80% 이상이 중국산

이미 공급망 리스크 심각…“中, 무기화 가능성”

관세 실효성 논란…가격 폭등·부족 사태 우려

저소득층 타격…“글로벌 협력·지원 병행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의약품·원료에 품목별 고율 관세 부과를 예고한 가운데, 미국 제약산업의 ‘중국 의존’ 실태와 공급망 리스크가 재조명되고 있다.

3일(현지시간) CNN방송 등에 따르면 미국에서 가장 많은 처방이 이뤄지는 항생제 ‘아목시실린’ 원료의 80% 이상이 중국산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하이드로코르티손(항염증제) 96%, 이부프로펜(진통제) 90%, 아세트아미노펜(해열제) 73% 등 대다수 필수 의약품들도 원료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한다.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제약사들은 미국 내에서 약을 생산하지 않으면 관세 장벽에 직면할 것”이라며 의약품·원료의 자국 생산(온쇼어링)을 압박하고 있다. 그는 지난 4월 중국산 의약품·원료에 최대 245%의 고율 관세를, 캐나다·멕시코산 의료기기에는 25% 관세를 부과했다.하지만 제약업계와 전문가들은 “관세만으로 미국 내 생산이 늘어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제네릭(복제약)은 가격 경쟁이 치열해 관세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미국 내 생산 전환에 최소 5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한 이후에나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미국 내 의약품 가격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할 경우 중국이 원료 공급을 무기화할 수 있다”며 “공급망 중단은 미국 내 약가 폭등과 심각한 의약품 부족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목소리로 경고했다.

미국 제약산업은 이미 필수 의약품 부족과 가격 급등에 시달리고 있다. 업계 조사에 따르면 25% 관세가 부과될 경우 미국 내 수입 의약품 가격이 연간 508억달러(약 70조원) 증가하고, 일부 항암제 등은 24주 처방 기준으로 최대 1만달러(약 1380만원) 이상 가격이 오를 수 있다.

특히 제네릭 약값은 브랜드약 대비 85% 저렴해 저소득층과 무보험 환자들이 주로 의존하는데, 관세 인상은 이들의 의료 접근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는 중국이 2000년대 이후 정부 보조금과 대규모 투자, 환경규제 완화 등을 바탕으로 글로벌 원료의약품(API)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 인도, 일본 등도 중국산 원료 의존도가 높아 공급망 다변화와 리쇼어링이 쉽지 않은 구조다.

미국은 2021년 이후 의약품 공급망 강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관세 외에도 세제 혜택, 직접 지원 등 종합적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미국 제약산업의 중국 의존 구조와 공급망 리스크를 드러냈지만, 관세만으로 생산기지 이전과 공급망 안정이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관세 인상은 약값 폭등과 공급난만 심화시킬 수 있다”며 “글로벌 협력과 실질적 지원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