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UAE, 파키스탄에 5조원 상환 압박…중재 외교에 ‘정치적 경고’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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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UAE)가 파키스탄에 대한 대규모 차관 상환을 요구하면서 양국 관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단순한 금융 조치가 아니라 중동 정세 속 외교적 입장 차이에 따른 압박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UAE는 파키스탄에 35억 달러(약 5조1500억원) 규모 차관의 즉각 상환을 요구했다. 해당 금액은 파키스탄 외환보유액의 약 20%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국가 재정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는 규모다.
특히 이번 상환 요구는 2024년 체결된 70억 달러 규모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외환 유동성에 부담이 커질 경우 기존 구조조정 계획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맞물려 사우디아라비아는 파키스탄을 지원하기 위해 30억 달러 긴급 자금을 제공하고 50억 달러 규모 대출의 만기를 연장했다. 양국은 지난해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바 있어 안보 협력도 병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UAE의 이번 조치를 정치적 메시지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 국면에서 파키스탄이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며 중립 외교를 펼친 점이 UAE의 반발을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UAE는 이란의 공격 가능성에 직접 노출된 상황에서 보다 명확한 입장을 요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닐 퀼리엄 연구원은 “UAE는 현재 상황을 흑백 논리로 바라보고 있다”며 “중재는 중립을 의미하지만 UAE 입장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파키스탄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UAE는 그동안 파키스탄에 대해 보다 강경한 대이란 정책을 취할 것을 요구해 왔다. 에미리트 출신 학자 압둘할레크 압둘라는 “아부다비 내부에 분명한 불만이 존재한다”며 “파키스탄이 중재자로 나선 것이 달갑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불만과 관계 재설정은 별개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파키스탄 측은 공식적으로 이번 상환 요구를 “통상적인 금융 거래”라고 설명하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UAE 의존도를 줄이려는 움직임과 함께 불만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다만 사우디 자금 의존도가 외환보유액의 절반 수준까지 높아지면서 또 다른 리스크도 부각되고 있다. 프린스턴대의 버나드 헤이켈 교수는 “사우디는 파키스탄의 군사적 지원이 이란의 공격을 억제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는 빗나갔다”며 “사우디 역시 파키스탄을 계속 지원할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경제적 부담이 커지면서 파키스탄 중앙은행은 약 3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11.5%로 인상했다. 중동 분쟁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과 경제 불확실성 확대가 반영된 조치다. 중앙은행은 외환보유액 확충 필요성도 강조했다.
한편 UAE와 파키스탄은 1971년 UAE 독립 이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UAE는 그동안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재정 지원을 제공해 왔으며, 약 150만 명의 파키스탄인이 UAE에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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