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LF 후티 홍해 봉쇄 위협에 사우디 원유 우회로도 흔들…아시아 수송 차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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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홍해 해상 봉쇄를 위협하면서 호르무즈해협의 대체 수송로로 활용돼 온 바브엘만데브 해협도 불안해지고 있다. 사우디산 원유를 아시아로 운송하던 일부 유조선이 이미 항로를 변경한 가운데, 긴장이 이어지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란 전쟁 이전에는 전 세계 원유의 약 20%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했다. 그러나 지난 3월 이후 이 해협을 통한 수송이 어려워지면서 사우디는 매일 수백만 배럴의 원유를 육상 송유관으로 홍해 연안까지 보낸 뒤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거쳐 아시아 지역에 수출해 왔다.
후티가 사우디 항구와 연결된 선박의 통행을 막겠다고 위협하면서 이 우회 수송망에도 차질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해운 데이터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향하던 유조선 2척이 항로를 바꿔 북쪽의 수에즈 운하 방향으로 이동했다. 수에즈 운하와 지중해를 거쳐 아프리카 남단을 돌아 아시아로 향하는 경로는 기존 항로보다 운송 기간이 길고 비용도 많이 든다.
하루 360만 배럴 수송…한국·일본·중국으로
최근 몇 달 동안 사우디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해 하루 약 360만 배럴의 원유와 석유제품을 수출해 왔다. 전쟁 이전 하루 100만 배럴에도 미치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수송량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 항로를 이용하는 사우디산 원유의 상당 부분은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시장으로 향한다. 사우디는 홍해 항로를 이용해 세계 시장에 원유 공급을 이어가고 있지만 전체 수출량은 아직 전쟁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FT는 한 해운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후티가 선주들에게 사우디 항구에서 화물을 선적하지 말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고 전했다. 후티 측도 선박회사에 이 같은 경고를 전달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보도됐다.
후티가 실제로 선박 통행을 차단하거나 공격에 나설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유조선들이 항로를 바꾸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해운업계가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공격 땐 운송 기간 최대 4주 늘어
국제유가는 아직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브렌트유는 이번 주 약 3% 오르며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
유라시아그룹은 중국의 원유 수입 감소와 아랍에미리트(UAE)의 생산 확대 등이 공급 불안을 일부 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홍해에서 유조선이나 에너지 기반시설을 겨냥한 실제 공격이 발생하면 시장의 반응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하마드 후세인 캐피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유조선 한 척만 공격받더라도 선주와 선원들이 해당 항로를 피하려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격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보다 선박 운항 중단과 보험료·운임 상승이 원유 공급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사우디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이용하기 어려워질 경우 이집트의 수메드 송유관이나 수에즈 운하를 거쳐 원유를 지중해로 운송할 수 있다.
그러나 수메드 송유관은 처리 능력에 한계가 있다. 원유를 가득 실은 초대형 유조선은 흘수 제한 때문에 수에즈 운하를 그대로 통과하기 어려워 일부 화물을 송유관으로 옮긴 뒤 운항해야 한다.
수에즈 운하를 통과한 뒤 아프리카 남단을 돌아 아시아로 향하면 기존 바브엘만데브 항로보다 운송 기간이 최대 4주 길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운임과 연료비, 보험료도 함께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호르무즈·홍해 동시 불안에 원유 공급망 압박
후티는 2023년 가자지구 전쟁이 시작된 이후 홍해를 통과하는 상선을 잇달아 공격해 국제 해상 운송에 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현재 홍해의 선박 통행량은 당시 사태가 발생하기 전의 55∼60%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호르무즈해협의 선박 운항도 이란을 둘러싼 군사적 충돌로 크게 줄면서 중동 원유 수송망은 양쪽 해상 요충지에서 동시에 압박받고 있다.
그레고리 브루 유라시아그룹 선임 애널리스트는 후티가 2023년 홍해 선박을 공격할 당시에도 사우디산 원유를 실은 선박은 공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제 확전 가능성이 제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미국과 이란 사이의 긴장이 완화되지 않고 원유 운송 차질이 계속되면 국제유가가 이달 중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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