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 대통령 “차별금지법, 반드시 넘어서야 할 과제”…이재명은 ‘속도조절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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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1-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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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20주년 기념식서 축사

“기본법 못 만들어 한계···새 규범 필요”

이 후보는 “일방통행 처리 안 돼” 신중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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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20주년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국회에서 입법이 논의 중인 차별금지법과 관련해 “우리가 인권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 반드시 넘어서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시대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인권 규범을 만들어 나가는 일도 함께 역량을 모아야 한다”며 “20년 전 우리는 인권이나 차별금지에 관한 기본법을 만들지 못하고 국가인권위원회법이라는 기구법 안에 인권 규범을 담는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열린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 등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성별, 장애, 나이, 성적지향, 출신국가, 민족, 인종, 언어 등을 이유로 한 모든 영역에서의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 제정이 추진 중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최근 차별금지법 입법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면서 관련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 후보는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총연합회를 방문해 차별금지법에 대해 “현실에서 잘못 작동될 우려가 높은 것 같다”며 “일방통행식 처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인권위가 2006년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한 뒤 15년째 입법이 추진 중이지만 일부 종교단체 등 반발로 법 제정이 번번히 좌절됐다.

이날 문 대통령이 축사를 마친 뒤 인권운동가 등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호소했다. 현장에 있던 이종걸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는 문 대통령을 향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즉각 추진하고 성소수자에게 직접 사과하라”고 외쳤다.

문 대통령은 “지금은 독립적인 인권위가 있다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로 여겨지지만, 많은 인권단체와 인권운동가들의 치열한 노력 위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결단으로 이룬 소중한 결실”이라며 “당시 인권위 설립을 위한 노력에 참여했던 한 사람으로서 감회가 깊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코로나를 겪으면서 서로의 삶이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지 경험했다”면서 “인권도 그렇다. 다른 사람의 인권이 보장될 때 나의 인권도 보장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인권위가 20년 동안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보호감호 처분 폐지, 군 영창제도 폐지, 삼청교육대·한센인 피해자 보상 특별법 제정, 학교 체벌 폐지 등에 기여했다며 “멈추지 않고 긴 호흡으로 꾸준히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 온 인권위의 모습은 그 자체로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인권의 발전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던 관행에 의문을 제기해 인권의 지평을 넓힌 것은 인권위가 이뤄낸 특별한 성과”라며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던 ‘살색’이라는 표현이 인종차별이 될 수 있음을 알렸고, 남학생부터 출석 번호 1번을 부여하던 관행에도 제동을 걸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사회가 발전하면서 인권의 개념이 끊임없이 확장되고 있다”며 “코로나와 기후 위기, 디지털 전환 속에서 발생하는 격차 문제도 시급한 인권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때로는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대안을 요구하는 것도 인권위가 해야 할 몫”이라며 “정부는 인권위의 독립된 활동을 철저히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 시작 전 명동성당 앞에서는 상관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호소하고 숨진 고 이예람 공군 중사의 유족이 문 대통령을 만나 특검 도입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이 중사 부모와 2~3분가량 대화를 나누면서 “사안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하고 면담요청서를 건네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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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20주년 기념식 참석에 앞서 고(故) 이예람 공군 중사 아버지와 면담하고 있다. 이 중사 아버지는 문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행사장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ㅣ연합뉴스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