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스포츠 "나이는 숫자, 연륜이 진짜" 이덕화·오영수·박인환, 끝없는 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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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1-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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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 하나하나에 세월이 묻어나는 듯하다.


깊은 연륜과 내공으로 똘똘 뭉친 원로 배우들 활약이 눈에 띈다.


이덕화는 MBC 수목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극본 정해리/연출 정지인 송연화/이하 옷소매)에서 군주 영조 역을 맡아 극 중심을 잡고 있다. 영조는 천재적인 정치력을 보유한 성군임과 동시에 변덕스러운 면면을 가진 인물이다. 세손 이산(이준호 분)을 향한 집착도 남다르다.


이덕화는 다소 경쾌한 분위기로 진행되는 '옷소매'에 무게감을 싣는다. 군주로서 위엄과 카리스마를 보여줌과 동시에 그 이면의 외로움, 세손을 아끼는 할아버지 면모도 자유자재로 표현한다. 3년만 복귀임에도 사라지지 않는 내공은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승화된다. 이산의 금족령을 풀기 위해 온 성덕임(이세영 분)에게 자애로운 얼굴을 하다가도 금세 죽이겠다며 위협하는 신은 TV 너머 시청자들까지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이에 50년 연기 인생을 살아온 이덕화의 진가를 새삼 느끼게 됐다는 평이 이어지고 있다.


오영수 역시 남다른 존재감을 자랑했다. 오영수는 전 세계적 인기를 얻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에서 1번 참가자 오일남 역을 맡았다. 오영수는 여러 참가자들 중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인물이다. 엄청난 돈이 필요해 살육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 얼굴에는 광기가 흐른다. 그중 최연장자 일남만이 평온한 얼굴로 게임에 참가한다. 줄다리기를 할 때는 과거 자신의 일화를 늘어놓으며 이길 묘수를 전달하고 구슬치기에서는 "우리 깐부잖아"라며 자신의 것을 내어준다. 서바이벌 게임과 이질적인 오일남은 오영수의 깊은 내공으로 완성됐다. 오영수가 50여 년간 연극에 몸담으며 쌓아온 세월은 일남 안에 녹아들었고, 대중 뇌리에 깊게 각인됐다.


박인환은 새로운 도전으로 큰 울림을 전했다. 박인환은 tvN 월화드라마 '나빌레라'(극본 이은미/연출 한동화)에서 나이 일흔에 발레를 시작한 덕출 역을 맡았다. 수많은 편견 속에서도 가장 하고 싶었던 것, 가장 좋아하는 것을 묵묵히 해낸 덕출의 용기와 도전은 묵직한 울림을 전달했다. 일흔의 덕출이 백조가 돼 날아오른 것처럼, 현실 속 박인환도 함께 날아올랐다. 30년 만에 주연을 꿰찬 그는 세월만큼 쌓인 주름 가득한 얼굴에 꿈으로 피어오른 벅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몸소 보여줬다. 지난 1965년 드라마 '긴 귀항 항로'로 데뷔해 수많은 누군가의 아버지였던 박인환의 용기는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을 선사했다.


앞서 많은 원로 배우들이 주연에서 밀려난 후 설자리를 잃었다고 털어놨다. 주현, 박정수, 전원주는 KBS 2TV '갓파더'에서 나이가 들수록 한정적인 배역에 대한 아쉬움을 전했다. 박인환 역시 "우리 나이가 되면 연기 활동 영역이 좁아진다"며 발레 도전에 대한 부담보다 설렘을 드러냈다.


이런 가운데 이덕화, 오영수, 박인환뿐만 아니라 여러 원로 배우들이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내공을 발휘하며 고군분투 중이다. 예수정은 tvN '마인'과 SBS '원 더 우먼'에서 의뭉스러운 키 플레이어를 담당했고, 윤여정은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영화상을 수상하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많은 배우들은 세대가 교체돼도, 세월이 흘러도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여전히 뜨겁다. 이들이 도전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가 생기길 기대해본다.|뉴스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