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LF '10년 내전' 신음에도... 시리아 알아사드 정권, 마약 산업 '큰손'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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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1-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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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대통령 동생, '캡타곤' 생산·유통" 보도

마약 수익, 시리아 합법적 수출액 3배 이상 

군벌만 배 불려... "가장 중요한 외화공급원"


22년째 중동 시리아를 철권통치하고 있는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세계 마약 네트워크의 ‘큰손’으로 떠올랐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00년 권좌에 오른 알아사드 대통령의 최측근이 불법 마약 산업을 직접 운영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구체적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특히 10년 이상 내전으로 신음하고 있는 시리아에서 마약 거래 수익 규모는 이 나라의 합법적 수출액을 훨씬 능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NYT에 따르면 알아사드 대통령의 친동생인 마헤르 알아사드가 지휘하는 시리아 제4 기갑사단은 마약의 일종인 암페타민 성분 캡슐 ‘캡타곤’을 대량 생산해 유통하고 있다. 신문은 “10개 국가의 국제·지역 마약 전문가와 시리아 소식통, 전·현직 미국 관리 등과 수십 차례 인터뷰를 거쳤다”며 이같이 전했다. 알아사드 정부와 밀접히 연결된 사업가,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대통령 일가 등이 마약 생산·유통의 주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NYT의 폭로다.


시리아산(産) 마약은 최근 수년에 걸쳐 그리스와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국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퍼져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시리아 정부가 통제하는 항구를 통해 각국에 불법 수출됐고, 이 중 일부는 1회 거래 규모가 자그마치 10억 달러(약 1조1,83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이탈리아 당국이 불법 수입된 캡타곤 캡슐 8,400만 개를, 말레이시아 당국이 올해 3월 타이어 안에 숨겨진 캡슐 9,400만 개 이상을 각각 적발한 게 이런 추정을 뒷받침하는 대표적 사례다.


시리아 친(親)정부 세력이 마약 산업에 뛰어든 이유로는 무엇보다 2011년 3월 발발한 내전이 꼽힌다. 전쟁이 10년 넘게 장기화하면서 알아사드 대통령 측근들이 줄줄이 국제사회의 제재 대상에 올랐고, 이들이 가용 자원을 마약 거래 등 불법 산업에 투입했다는 얘기다. NYT는 “시리아에는 마약 제조 전문가뿐 아니라, (마약을) 캡슐로 만들 수 있는 공장이 있었다. 지중해 항로 접근은 물론, 요르단과 레바논, 이라크와 통하는 밀수 통로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세계 각국이 압수한 캡타곤 캡슐은 2억5,000만 개가 넘는다. 4년 전에 비해 18배나 늘어난 분량이다. 그러나 이조차도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마약 전문가들의 추산이다. NYT는 “작년 전 세계의 캡타곤 압수 물량은 약 29억 달러 규모로, 시리아의 공식 수출액(8억6,000만 달러)보다 3배 이상 많다”고 전했다.


향후 시리아산 마약이 더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예상마저 나온다. 알아사드 정부엔 마약 산업 단속 의지가 전혀 없는 탓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임 시절, 시리아 주재 미국 특사를 지낸 조엘 레이번은 NYT 인터뷰에서 “시리아 정부에 (마약 관련) 협조를 요청하는 건 터무니없는 일이다. 마약을 수출하는 건 정부 자체”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시리아는 필로폰 유통까지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접국 요르단에서 올해 10월까지 적발된 필로폰 132㎏ 중 대부분은 시리아산이었다.


마약 장사로 배를 불린 건 밀수업자와 군벌, 곧 친정부 세력뿐이다. 지하드 야지기 ‘시리아리포트’ 편집인은 “캡타곤은 아마도 시리아의 가장 중요한 외화공급원이 됐겠지만, 그 수익이 (실물)경제로 돌아가진 않았다”고 말했다. 시리아 마약 산업의 ‘키맨’ 마헤르 알아사드, 오스트리아 빈 주재 시리아 외교공관 등은 NYT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지도자 측은 “우리 집단은 캡타곤과 아무 관련이 없다”며 연루 의혹을 부인했다.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