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박근혜 사면 태풍에..75일 남은 대선 '격랑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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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1-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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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文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단행..野 환영하면서도 '정치 이간계' 우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을 전격 단행하면서 대선 정국은 격랑 속에 빠져들었다.


문 대통령이 대선 흐름을 흔들어놓는 선택을 한 배경과 맞물려 정치적 후폭풍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 야권 대선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악연’의 인물이란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1952년생인 박 전 대통령이 사면에 포함된 표면적인 이유는 건강 문제다. 청와대는 그동안 박 전 대통령이 고령인 데다 장기간 수감돼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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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기류를 통해 1941년생인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 제외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복권되고,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가석방으로 풀려난 것과 맞물려 정치적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문 대통령이 정치 화합을 명분으로 ‘결자해지’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문 대통령은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제시했지만 이번 선택은 진보와 보수, 중도에 고르게 영향을 주는 정치적 선택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제로 그동안 여권이 대선을 앞두고 꺼낼 수 있는 최대의 카드는 박 전 대통령 사면이 될 것이란 관측이 이어졌다.


박 전 대통령 사면 문제는 그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경북(TK)과 전통적 보수층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여당 지지층은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부정적인 견해가 만만치 않지만 문 대통령이 선택한다면 받아들여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국민의힘은 청와대의 정치적 노림수를 우려하면서도 박 전 대통령 사면을 찬성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국민의힘은 이양수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박 전 대통령 사면에 환영 입장을 전하면서 "국민 대통합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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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공식적으로는 환영의 메시지를 전했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윤석열 대선후보가 검찰 시절 특검 수사팀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악연이 있기 때문이다. 윤 후보 입장에서는 박 전 대통령 사면 카드를 대선 직전에 보수층 표 결집을 위한 카드로 활용할 수도 있었는데 문 대통령 결정으로 선택지가 사라졌다.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정치에 개입할 여지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윤 후보에 불편한 심경을 내비칠 경우 보수 진영에서 윤 후보의 입지는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야권이 이 전 대통령을 사면하지 않은 결정을 ‘야권 갈라치기’라고 보는 것과 비슷하게, 이 시점에서 윤 후보와 악연인 박 전 대통령을 풀어주는 정치적 노림수를 의심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야권에서 문 대통령 선택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이 빠진) 갈라치기 사면을 해서 반대 진영 분열을 획책했다"면서 "이간계로 야당 대선 전선을 갈라치기 하는 수법은 가히 놀랍다"고 지적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민주당은 (사면)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지만 의원들 사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번지는 등 여당 역시 상황은 복잡하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역시 사면이 여론에 미칠 영향을 의식하면서도 현직 대통령 판단을 존중할 수밖에 없는 여당 후보라는 복합적인 처지와 맞물려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ㅣ아시아경제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