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LF 사우디, 76조원 쏟아부어 ‘중동의 할리우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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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2-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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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가 풍부한 오일 머니를 기반으로 영화 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에 나섰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요르단, 아랍에미리트 등 경쟁국을 제치고 중동의 영화 중심지가 되기 위해 사우디가 640억 달러(약 76조원)를 쏟아부을 계획이라고 최근 전했다.

35년간 극장이 문을 닫았던 사우디에선 2018년에야 극장 영업이 재개됐다. 이전까지는 영화를 보려면 바레인이나 두바이까지 가야 했다.


NYT에 따르면 ‘중동의 할리우드’로 도약을 꿈꾸는 사우디는 사우디 정부는 2030년까지 영화 100편의 제작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마블 시리즈의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인 배우 앤서니 매키가 주연한 ‘사막의 전사’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3편이 사우디 사막 지대에서 촬영 중이거나 촬영을 앞두고 있다. 이달 초 사우디 남서부 항구 도시 제다에서 열린 ‘홍해 국제영화제’에는 나오미 캠벨, 힐러리 스웽크 등 세계적인 배우들이 초청돼 레드카펫 위에 섰다.


사우디 정부는 재정 지원은 물론 헬리콥터와 전투기까지 촬영에 제공하며 할리우드 제작사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NYT는 “(사우디 통치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러한 변화를 이끌고 있다”며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함께 고루한 이미지에서 탈피하는 것을 노리고 있다”고 전했다.


사우디 투자부 관계자는 “현재 430개인 스크린을 2030년 2600개까지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력을 바탕으로 비싼 티켓을 구매할 수 있는 관객이 많은 것도 사우디의 강점으로 꼽힌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2030년까지 사우디의 연간 영화관 매출이 9억5000만달러(약 1조1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넷플릭스도 지난해 사우디 제작사와 8편의 영화 계약을 맺으며 현지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일각에선 주류 소비를 금지하고 가벼운 정부 비판도 허용하지 않는 사우디의 보수적 분위기가 영화 산업 확산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마블 영화 ‘이터널스’는 동성애 관련 장면 때문에 사우디에서 개봉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창의적 문화를 육성하려면 먼저 개인의 자유와 법치주의, 시장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조선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