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LF ‘야반도주’ 아프간 전 대통령, 4개월 만에 나타나 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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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2-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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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희생양이 됐다”…도피설 전면 부인

외신 “해외 도피 계획 정황…나라 버린 책임 있어”


탈레반이 아프간 수도 카불을 점령한 8월 15일 당시 수천만 원을 챙겨 해외로 도피해 ‘야반도주’ 의혹을 낳은 아슈라프 가니(72) 아프간 전 대통령이 4개월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인터뷰는 카불 함락 이후 그가 매체와 가진 첫 대담이다.


30일(현지 시간) BBC 라디오4의 ‘투데이’에 출연한 가니 전 대통령은 “카불 함락 직전까지 아프간을 떠날 계획이 없었다”며 “돈을 해외로 가져가지 않았다는 점을 단호히 말하고 싶다”고 ‘야반도주’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아내와 측근들이 카불을 떠나도록 조치한 뒤 국방부로 가려 했지만, 함둘라 모히브 당시 아프간 국가안보보좌관이 ‘저항할 경우 모두 죽을 것’이라며 탈출을 재촉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가니 전 대통령은 반(反)탈레반 세력이 있는 아프간 동부 코스트 지역으로 이동키로 했지만 이미 탈레반에 의해 함락됐다는 보고를 받아 결국 해외 도피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당시 가니 전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UAE)로 대피해 계속 이곳에서 머물러 왔다.


그는 “모든 일이 갑작스럽게 일어났다”며 “비행기가 이륙하고 나서야 아프간을 떠나는 게 분명해졌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이어 가니 전 대통령은 카불의 함락에 대한 책임을 미국에게 물었다. 그는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며 “나는 전임자(하미드 카르자이 전 대통령)처럼 탈레반에 맞서 싸우기보다는 국제 파트너십을 신뢰했지만, 국제사회의 인내심이 지속할 것이라고 가정한 것은 큰 실수”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희생양’이라며 “카불을 구하기 위해 희생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아프간 정부가 2020년 9월부터 탈레반과 본격적인 평화 협상에 나서기 전 이미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2019년 탈레반과 ‘외국군 철수·아프간 내 국제 테러조직 불허’ 등의 원칙에 합의하고, 이듬해 2월 29일 ‘미·탈레반 평화 합의’가 최종 타결됐다. 가니 전 대통령은 이 점이 붕괴의 원인이라며 책임을 돌렸다.


가니 전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자신의 의혹에 대해 “내 생활 방식은 모두에게 알려 있으니 어떤 국제적 조사든 환영한다”며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외신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BBC는 가니 전 대통령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아프간이 탈레반의 손에 넘어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두며 비판했다. 미 시사 주간지 뉴요커는 이달 10일 미 정부 기밀문서를 근거로 ‘가니 전 대통령이 모히브 안보보좌관과 함께 7월 말부터 해외 도피를 계획한 정황이 있다’고 반박했다.|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