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호주 총리 위챗 계정까지 없앤 중국…외교문제로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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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2-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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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2019년 총선 승리로 집권한 이래 반중 정책을 이어온 인물이다. ‘파이브 아이즈’(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안보동맹)의 일원으로 격화된 미·중 패권대결에서 미국편에 서자 시진핑 중국 정부는 호주산 철광석과 석탄 수입금지 조치를 취하면서 자연스레 반중의 길을 걸었다. 철광석은 호주의 대중 수출품목 1위에 해당할 정도로 중요한 무역자산으로, 중국은 호주의 목을 죄여 이전의 친중정책으로 되돌리려 했다.


그러나 모리슨 총리는 중국의 수출금지 조치를 수출 다변화 정책으로 돌파하며 미국 등 동맹국들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정치지도자 반열에 올랐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간) 모리슨 총리가 지난 총선 이후 호주 내 중국이민자들과의 소통을 위해 만든 중국산 위챗 계정이 아무런 사전통보도 없이 정지된 데 이어 아예 계정 자체가 중국인 소유로 이전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어 “이 위챗 계정 문제가 안 그래도 사이가 틀어진 중국과 호주 사이에 커다란 외교문제로까지 비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리슨 총리는 2019년 총선과정에서 자신이 속한 자유당의 지지율 제고를 위해 호주 내 상당수의 중국 이민자들을 상대로 선거운동에 나섰다. 중국 정보통신(IT)기업 텐센트 소유의 위챗에 자신의 이름으로 계정을 만들고 각종 친이민 정책을 홍보하는 게시글을 올리며 유권자들과 직접 소통한 것이다.


모리스 총리의 위챗 계정에는 7만6000명의 팔로워가 있는데 지난 한해 동안 중국어로 된 보도자료 20건이 게재됐다. 호주에서도 선거철이 되면 주로 위챗을 활용해 중국계 호주인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득표 활동이 벌어진다.


모리슨 총리 측은 삭제된 위챗 계정을 복구해줄 것을 텐센트에 여러 차례 요청했으나 별다른 성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위챗이 중국 공안당국이 상시적으로 감시하고 중국 정부와 중국공산당에 반하는 내용의 모바일챗, 게시물 등을 수시로 검열한다는 데에서 발생했다.


모리슨 총리의 위챗 계정은 하루전 챗 기능과 게시글 올림 기능 등 모든 기능이 정지된 데 이어, 이날엔 계정의 이름이 다른 중국인으로 등록돼 있었다. 모리슨 총리가 올린 게시글은 그대로 있었지만, 다른 사용자들에 의해 열람될 수 없도록 막혀 있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호주 정계는 발칵 뒤집혔다. 자유당 소속 제임스 페터슨 상원 정보위원장은 즉각 “모리슨 총리의 위챗 계정은 중국 공산당에 의해 지속적으로 해킹돼다 끝내 계정 자체가 도둑질 당한게 틀림없다”면서 “이것은 호주의 민주주의와 언론집회결사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해악이자 훼방”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페터슨 위원장은 또 “우리는 결코 중국 독재정부의 국내정치 개입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이 문제를 공론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올해는 모리스 총리 집권 4년차로 하반기 총선이 예정돼 있다. 자유당에서는 중국에 강경한 여당 대신 비교적 친중적인 노동당의 승리를 유도하기 위해 중국 당국이 의도적으로 호주 국내정치에 개입한 증거라는 비난이 쏟아져 나오는 양상이다.


이에 대해 자오리젠 중국 대변인은 “모리슨 총리와 그 운영진에게 직접 물어보기를 권한다”며 “중국의 간섭이란 것은 오욕이고 터무니없는 말”이라고 말했다.|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