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선 코앞 여야, '돈풀기 경쟁'…추경 기싸움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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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2-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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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3일부터 새해 첫 추가경정예산(추경)의 상임위원회별 심사에 돌입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대선을 앞두고 한 목소리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금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재원 마련 방식에 대한 이견이 큰데다 정부가 증액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추경 심사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선심성 예산 확보 경쟁을 벌이면서 '돈풀기 대결'이란 비난도 제기된다.


1일 국회에 따르면 여야는 설 연휴 직후인 오는 3~8일 상임위 추경안 심사를 진행하고, 7일부터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를 시작한다. ▲소상공인 방역지원금 9조6000억원 ▲영업중지·제한 업체 손실보상 1조9000억원 ▲중증환자 병상 확보 4000억원 ▲치료제 추가 확보 6000억원을 골자로 하는 14조원 규모의 정부 추경안에 대한 심사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대대적인 증액 심사를 벼르고 있다. 신년 추경 규모로 최소 25조원을 제시한 민주당은 정부안 편성 과정에서부터 증액 방침을 시사했고, 지난 추경에서 제외된 특수고용노동자, 택시기사 등 자영업자 220만명을 손실보상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간 추경 논의에서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증액에 소극적이었던 국민의힘도 본예산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추경 규모를 32~35조원으로 늘릴 것을 제안했다. 국민의힘은 소상공인 지원금 최대 1000만원 지급, 손실보상률 100% 확대, 손실보상 하한액 100만원 증액 등 세부안도 제시했다.


정부안이 확정되자 여야 대선 후보는 기싸움에 돌입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21일 정부 추경안이 발표된 지 1시간여 만에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이 제안한 35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에 100% 공감한다"며 "차기 정부 재원으로 35조원을 마련해 신속하게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이 가능하도록 모든 대선 후보에게 긴급회동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여야의 증액 공감대를 바탕으로 정부를 압박하자는 그간 주장의 연장선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이미 지난해 8월부터 최소 50조원이 필요하고, 어떻게 쓸지 용처까지 다 말했는데 뭘 더 논의하자는 것인가"라며 이 후보 제안을 일축했다. 그는 "선심성 예산을 빼면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돌아갈 돈이 얼마 되지도 않는다"며 "제대로 된 추경안을 여당이 대통령을 설득해 가져오라"고 공을 여당에 넘겼다. 증액 자체에는 공감하지만 여당에 추경 논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자영업자 표심을 염두에 둔 여야는 이처럼 증액에 한 목소리를 내지만, 재원 방식을 두고는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 후보는 "일단 마련해서 집행하고 세부적인 내용은 다음에 추가 세수가 충분히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그때 가서 판단하면 충분하다"며 국채 발행이나 세수 조정보다는 초과 세수 활용에 방점을 찍었다. 반면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세출 구조조정을 하나도 안 하고 추경안을 편성하겠다는 것은 용납이 안 된다"고 반발했다.


정부는 증액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 추경안 의결 직후 "추경 규모 및 내용에 대해 국회가 최대한 존중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채권을 발행한다는 말은 쉽지만 채권에 대한 이자가 공짜가 아니다"며 "결국 그건 다 국민 부담"이라고 말했다. 국채 발행으로 시중 금리가 오르거나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치면 서민 살림살이에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야가 선거 앞 '돈풀기 경쟁'을 벌이며 정부와도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추경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일정은 오는 8일 민주당·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 간 협의를 통해 결정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15일 전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날짜를 정해놓고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