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 정치권에 부는 NFT 바람...“자금 모금에 지지자 관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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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2-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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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변화 트렌드에 발 빠른 미국 정치인들이 NFT(Non-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 토큰) 판매를 통해 정치 자금을 모금에 나섰다고 ABC뉴스와 CNN 등 주요 외신이 최근 보도했다.

NFT란 블록체인 암호화 기술을 활용해 JPG 파일이나 동영상 등 콘텐츠에 고유한 표식을 부여하는 신종 디지털 자산이다. 디지털 작품의 진품을 인증하기 때문에 희소가치가 높아져 가격이 폭등하고 있지만, 최신 기술인 만큼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크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애리조나주(州) 상원의원에 도전하는 공화당 소속 블레이크 마스터스는 지난해 12월 말 NFT를 발행해 57만5000달러(약 7억원)를 모금했다. 그가 쓴 책 ‘제로 투 원’의 표지를 NFT 99개 한정판으로 만들었는데 발행 36시간 만에 매진됐다.


민주당 소속으로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에 도전하는 슈리나 쿠라니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관련, 자신의 정책 공약을 글로 적은 토큰 2022개를 판매했다. 그는 NFT 판매를 통해 인도계 컴퓨터 엔지니어 출신이라는 이력을 부각했다.


텍사스주 민주당은 지난해 ‘프런트 로’라는 민주당 성향의 후원 조직을 통해 NFT를 대행 생산·판매하고 자금을 모았다. 지난해 텍사스주 선거법 개정에 반대했던 토니 로즈와 크리스 터너 등 민주당 소속 텍사스주 상·하원 의원들의 얼굴을 캐릭터로 만들어 개당 250달러(약 30만원)에 판매했다. 의원별 NFT 판매 개수만큼 개별 의원에게 후원금이 전달되는 구조다.


미국 정계에서 NFT를 처음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정치인은 공화당 소속 스콧 젠슨 전 미네소타주 상원의원이다. 미네소타 주지사에 도전하는 그는 지난해 8월 NFT를 발행하며 “내가 전 세계에서 NFT로 자금을 모금하는 첫 정치인”이라고 홍보했다. 그의 NFT는 미네소타주에서 열린 농축산물 박람회에서 핫도그를 들고 있는 자신의 사진 등 지역 활동을 하는 모습이 담긴 네 종류의 포스터로 판매가는 1개당 5달러(약 6000원)로 책정했다.


정치인들의 NFT 판매는 금전적 모금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NFT를 구매하고 소유한 후원자들에게 특별한 혜택을 주면서 새로운 지지자로 끌어들이고, 기존 지지자를 강성 지지자로 만드는 효과가 크다. 스콧 젠슨 전 의원 측은 “NFT 보유자들과 함께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고, 또다른 NFT 등 디지털 콘텐츠를 먼저 주는 등의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라며 “NFT 판매를 통해 후원자 2500명이 새로 생겼다”고 말했다. 대부분 가상 자산에 관심이 큰 젊은 지지층이 신규 유입됐다고 한다.


블레이크 마스터스도 NFT를 구입한 99명에게 개별적으로 실시간 화상채팅 등의 혜택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슈리나 쿠라니도 구매자에게 음성 방식의 소셜미디어인 ‘디스코드’를 통해 직접 정책 제안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미국 언론 매체들은 “NFT가 디지털 기념품으로서 스포츠 선수 카드를 수집하는 것처럼 정치인을 향한 팬심을 표현하고, 기술적으로 원본이라는 것을 보증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미국에선 NFT를 활용해 정치 자금을 모금하는 행위에 대해 특별한 규제가 없다. 미국 정치인들은 개인 후원금을 받을 수 있는 상한선인 5800달러(약 700만원)를 NFT 판매에도 자율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가상 자산이 돈세탁 등의 범죄에 활용되고 있다며 NFT를 통한 모금이 불법 정치 자금을 활성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반면 NFT 모금을 옹호하는 쪽에서는 블록체인 기술 특성상 자금 흐름의 투명성이 보장되는 만큼, 구매자 신원만 명확히 확인한다면 더 깨끗한 정치 자금 후원 문화를 만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조선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