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 "러, 우크라 침공"..본격 제재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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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2-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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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EU ‘돈줄 차단’에 캐나다·일 동참…러 경제 타격 크지 않을 듯

고강도 제재는 군사행동 이후로 미뤄…한국은 “모든 가능성에 대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 분리주의 공화국의 독립을 승인하고 병력 진입 명령을 내리자 미국과 유럽이 이를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으로 규정하고 본격적인 제재에 나섰다. 서방은 러시아의 대응에 따라 더욱 강도 높은 추가 제재를 내놓을 계획이다. 애초 예정됐던 미·러 외무장관 회담이 취소되는 등 외교적 협상 노력은 사실상 중단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백악관 연설에서 “이것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 침공의 시작”이라면서 “2014년(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병합 당시)보다 훨씬 더 나아간 제재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크렘린궁의 자금줄인 국책은행 VEB와 러시아군에 자금을 공급하는 PSB 은행 및 42개 자회사의 해외 자산을 동결하고 서방 금융기관과의 거래를 차단하기로 했다. 또 데니스 보르트니코프 VTB 이사회 의장, 페트르 프라드코프 PSB 최고경영자(CEO) 등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측근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러시아 정부의 신규 자금 조달이나 국채 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러시아 국채에 대한 포괄적 제재도 시행할 방침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하원에서 러시아 은행 5곳과 푸틴 대통령과 가까운 올리가르히(재벌) 3명에 대해 영국 내 자산동결, 영국 개인·기업과 거래 금지 등의 제재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영국은 또 친러 분리주의 공화국 독립을 승인한 러시아 하원의원들을 제재 대상에 올리고 크림반도에 적용하던 기존의 제재를 돈바스 지역으로 확대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러시아에서 독일로 직결되는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승인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는 독일이 러시아에 취할 수 있는 가장 강한 제재 중 하나로 꼽힌다.


유럽연합(EU) 회원국 외무장관들은 러시아에 대한 비자금지와 자산동결 제재에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제재 대상은 친러 분리주의 공화국 독립을 승인한 러시아 하원의원 351명, 우크라이나 영토보전과 주권·독립을 약화하거나 위협하는 데 관여한 개인 27명과 기관들이다.


캐나다는 러시아 하원의원들과 국영은행 등에 대한 은행 거래를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일본도 러시아 채권의 일본 내 발행 및 유통 금지, 친러 분리주의 공화국 관계자의 일본 내 자산동결 등의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다만 미국과 유럽이 내놓은 이번 1차 제재가 러시아에 줄 타격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서방이 고강도 제재는 러시아의 본격적인 군사행동 개시 이후로 미뤄놨고, 러시아도 2014년 크림반도 강제합병 이후 서방의 제재에 대한 내성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서방 지도자들은 이번 제재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서방은 그동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러시아 금융기관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퇴출, 스마트폰·항공기 등에 사용되는 첨단부품의 대러 수출통제 등 고강도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제재 위협에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였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상원이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에서의 무력 사용을 승인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친러 반군이 이 지역에 세운 자칭 도네츠크공화국(DPR)과 루간스크공화국(LPR)의 영토를 우크라이나 정부가 관할하는 돈바스 지역 전체로 확대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대화를 통한 해결 노력은 사실상 중단됐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24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나기로 했던 계획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미·러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사라졌다.


한편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미국의 러시아 제재 동참 요청을 두고 한국 정부 관계자는 “우리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하면서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 중국 화웨이를 제재할 때 동원한 ‘해외직접생산품규칙’을 러시아 기업에 적용할 경우 한국의 대러 제재 참여 의지와 상관없이 한국 기업들도 미국 기술이 적용된 반도체를 러시아에 수출할 수 없게 된다.ㅣ경향신문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