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우크라 사태 장기화땐 반도체·자동차 업계 타격 불가피

페이지 정보

작성일 22-02-25

본문

[우크라이나 전쟁]국내 대러 기업 수출 파장은

원자재 안정적 수급 여부 변수

정부 "피해기업 금융 2조 지원"

금융시장은 관망세로 돌아서


b57a098acabf23e09d13149bdc925c8d_1645795835_7304.png 

2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시위대가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지지하며 전쟁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AP연합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수출 제한 조처를 꺼내 들면서 국내 수출 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은 러시아 수출 비중이 크지 않은 터라 타격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원재료 수급 등을 포함해 어려움이 커질 수 있어서다. 전날 크게 흔들렸던 국내 금융시장은 일단 안정을 찾았다


산업통상자원부 핵심 관계자는 25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러시아로 가는 수출이 다 막히는 건 아니다. 미국이 제재 리스트에 올린 57개 품목과 기술에 해당하는 경우 미국에서 러시아로 가는 수출을 제한한다는 게 기본 봉쇄 전략”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24일(현지시간) 발표한 미 상무부의 대러시아 봉쇄 조처를 보면, 대러시아 수출 제한 품목과 기술에 전자(반도체), 컴퓨터, 정보통신, 센서·레이저, 항법·항공전자, 해양, 항공우주 등 7개 분야 57개 품목·기술이 포함돼 있다.


우리 산업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미국의 조처는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 적용 확대 방침이다. 미국 밖 제3국에서 만든 제품이라 해도 제조 과정에서 미국의 소프트웨어나 설계를 사용한 경우에는 수출을 금지하는 조처다. 미-중 갈등이 고조되면서 화웨이 등 중국 핵심 기업에 타격을 주기 위해 활용돼 왔다. 이 규칙이 러시아로까지 확대되면서 그동안 러시아로 수출해온 반도체, 자동차, 전자제품 등 품목의 수출이 영향을 받게 된 것이다.


다만 기업 현장에선 단기적으로는 우려가 크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러시아와의 반도체 교역량 자체가 굉장히 미미하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기준 한국의 반도체 총수출 대비 러시아 비중(금액 기준)은 0.06%에 그친다.


외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현재 비축해둔 원재료가 바닥 날 경우 나타날 생산 차질을 더 우려하는 분위기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원재료) 재고를 얼마나 갖고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도체 원재료 중 하나인 크립톤의 우크라이나산 수입 비중이 30.7%로 비교적 크다. 자동차 업계도 대체로 이와 다르지 않는 분위기다.


정부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하는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 등을 열어 다양한 대응책을 점검했다. 우선 수출기업을 상대로 한 달 내에 신용보증을 연장하고 보험금을 신속 보상키로 하는 등 수출기업들의 재무 여건을 강화해주기로 했다. 같은 맥락에서 최대 2조원 규모로 수출입 기업 피해 발생시 활용할 수 있는 ‘긴급금융지원 프로그램’도 가동한다. 일부 시중은행들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직간접 관련이 있는 기업들을 대출 부실 위험이 있다고 보고 대출 한도를 감액하는 등의 조처에 착수한 것에 대한 대응이다.


한편 전날 큰 폭 하락했던 증시가 반등하는 등 국내 금융시장은 일시 관망세로 돌아선 분위기다. 코스피(1.06%)와 코스닥(2.92%) 모두 전날보다 상승 마감했으며, 만기 3년 국고채 금리가 0.018%포인트 상승(채권값 하락) 하는 등 채권 시장도 진정세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도 0.8원 내린 1201.6원으로 장을 마감했다.ㅣ한겨례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