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LF 중동은 에너지대란서 세계를 구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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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2-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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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UAE 증산 압박 직면.. OPEC 플러스 반발

"서방, 전쟁 장기화 대비해 외교적 노력 기울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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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우크라이나 서북부 지토미르 지역에 있는 한 석유 저장소가 러시아군의 폭격을 받아 폭발이 일어난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제재하는 방안으로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가 거론되면서 러시아를 대체할 원유 공급처로 중동이 떠오르고 있다. 국제 유가를 안정시킬 대안은 공급량을 늘리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는 7일(현지시간) “중동 산유국들이 석유와 가스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는 국제적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중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비교적 쉽게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산유국으로 꼽힌다. 이미 미국은 전쟁 발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난달 중순 두 나라에 원유 공급을 늘려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미국 중동경제에너지연구소 캐런 영 소장은 “러시아산 원유를 신속하게 대체할 다른 공급처를 찾기가 쉽지 않은 데다 당장에 생산량 증가가 유럽 수출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사우디아라비아는 더 많은 석유를 생산해 시장 가격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대(對)이란 전선’을 함께 구축한 미국의 전통적 안보 파트너라는 점도 긍정 요인이다.


문제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이 모인 OPEC플러스(OPEC+)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OPEC플러스 23개 회원국은 최근 회의에서 기존에 합의했던 하루 40만 배럴 증산 계획에는 변화가 없다고 못 박았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 하산 알하산 중동정책 연구원은 “OPEC은 지정학적 사건을 이유로 생산이나 공급을 변경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고수해 왔다”며 “오로지 시장의 펀더멘털 변동에 따라 대응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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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회담 중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뉴시스



그래서 전문가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미국과 서방이 더욱 적극적으로 중동 외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쟁이 장기화되고 에너지대란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게 자명한 상황에서 향후 중동 산유국 의존도는 더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영 소장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우호 관계를 다지고, 직접 원유 증산을 요청하는 것도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외교협의회 신지아 비앙코 중동 연구원도 “서방국가가 이 나라들을 원유 증산으로 이끈다 하더라도 협력 관계가 일시적으로 끝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중동 산유국들도 마냥 버티긴 어려운 상황이다. 전 세계 항만 노동자들이 러시아산 원유 하역을 거부하고 있다. 러시아와 손절한 글로벌 석유회사도 많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러시아산 석유에서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피 냄새가 나지 않느냐”며 “전 세계 모든 의식 있는 사람들과 다국적 기업들은 러시아와의 모든 관계를 끊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DW는 “세계적인 반발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책 변경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인한 수요 감소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배럴당 130달러까지 치솟은 높은 유가로 인해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고 우려한다면 중동 산유국들이 자세를 바꿀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폴 호스넬 스탠다드차타드 원자재 리서치 책임자는 “OPEC이 시장을 안정시키려면 러시아와 함께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ㅣ한국일보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