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스포츠 탈북 수학자와 자사고 꼴찌의 비밀과외…“정답보다 중요한 건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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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2-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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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9일 개봉

최민식, 탈북뒤 자사고 경비원 된 천재수학자 연기

자사고서 겉도는 ‘사배자’ 소년 가르치며 상처치유



대한민국 상위 1% 자사고에 ‘사배자’(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으로 입학한 한지우(김동휘)는 고액 과외가 기본인 친구들 틈에서 늘 성적 하위권을 맴돈다. 특히 수학이 발목을 잡는다. 참담한 내신 성적에 담임 선생님에게서 전학까지 권유받은 지우. 그는 학교 경비원 이학성(최민식)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새로운 기회를 얻는다.


차갑고 무뚝뚝한 학성에게 학생들이 붙인 별명은 ‘인민군’. 이북 사투리를 쓰는 탈북민이라는 이유에서다. 사실 그는 ‘공화국 최고의 수학 천재’. 누구보다도 수학을 사랑하지만, 자신의 능력을 군사적 목적에 쓰려는 당국에 환멸을 느끼고 학문의 자유를 찾아 탈북했다. 그러나 이곳 또한 수학을 대학 입시 수단으로만 여기는 현실에 실망한다. 어쩌다 얽힌 지우의 간절한 부탁을 뿌리치지 못한 그는 “정답보다 중요한 건 답을 찾는 과정”이라는 믿음 아래 비밀과외를 시작한다.

9일 개봉하는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감독 박동훈) 줄거리를 언뜻 보면, 할리우드 영화 <굿 윌 헌팅>(1998)이 떠오른다. 대학교 청소부로 일하는 수학 천재 청년 윌(맷 데이먼)이 숀(로빈 윌리엄스) 교수를 만나면서 마음속 깊은 상처를 치유하는 내용을 담았다. 두 영화의 인물관계가 비슷하면서도 뒤바뀐 구석이 있는데, 위안과 감동을 주는 따스한 영화라는 점은 꼭 닮았다.


무엇보다 <천문: 하늘에 묻는다>(2019) 이후 3년 만에 스크린으로 관객을 만나는 최민식의 연기가 극을 이끈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곡을 들으며 눈시울을 붉히고, 복잡한 수학 공식을 보고 “아름답지 않네?” 하며 사랑에 빠진 듯한 표정을 지을 때면, 대배우의 내공이 느껴진다. 그는 실제 탈북민을 만나 살아온 이야기와 술잔을 나누며 말투를 익혔다고 한다. 25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신예 김동휘의 연기도 빛나는 순간들을 빚어낸다.

비교적 익숙한 피타고라스 정리부터 리만 가설까지 수학 전문 지식이 등장하는데,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도 영화 보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원주율인 파이(π) 3.1415…의 숫자를 음으로 바꿔 만들었다는 ‘파이 송’을, 지우의 유일한 친구인 보람(조윤서)과 학성이 피아노 연탄으로 연주하는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으로 꼽을 만하다.


다만 후반부에서 남북관계를 이용해 극적 긴장감을 만들려 한 대목은 다소 작위적이고 기시감이 강하다. 그래도 과하지 않은 해피엔딩이 영화의 문을 잘 닫는다. 최민식은 기자간담회에서 “어른이 미완의 청춘들에게 교훈을 주는 것 같지만, 사실은 어른인 우리들이 스스로 삶을 돌아보고 곱씹게 만드는 영화여서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