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가부도설' 나온 러시아 국채를 지금 사는 사람들…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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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2-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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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 국채 폭락에 저가매수세…

"우크라 독립 유지하고 서방 지원할 것",

"러시아 국채 현재가, 디폴트여도 이익"]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군사 충돌이 여전한 가운데 투자자들이 우크라이나의 국채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추락한 채권 가격이 갈등 완화 이후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최근 연이은 국가신용등급 강등에 국가 부도 위기까지 직면한 러시아 국채도 바닥까지 떨어진 가격에 인기 매수 대상으로 거론됐다. 물론 여기에는 리스크도 크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신흥시장 전용 투자운용사인 그래머시 펀드 매니지먼트(Gramercy Funds Management, 이하 그래머시펀드)는 지난달 26일 임시회의에서 우크라이나 국채 매수를 논의했다. 당시 2027년 만기 우크라이나 달러 표시 채권은 달러당 45센트 수준이었다. 만기 때 1달러를 지급하는 국채 가격이 러시아 침공 여파에 45센트까지 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그래머시펀드는 추가 하락을 기다렸고, 지난 2일 우크라이나 국채가 달러당 22센트까지 추락하자 매수에 나서기 시작했다고 WSJ은 전했다.


그래머시펀드 분석가들은 러시아의 침공에도 우크라이나가 어떤 형태로든 독립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또 이번 사태로 우크라이나가 미국, 유럽 등으로부터 막대한 재정 지원을 받을 것으로 예상, 우크라이나 국채 가격이 다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우크라이나 국채 가격은 러시아군의 공격이 격화될수록 계속 하락하고 있다. 앞서 러시아가 일시 휴전을 발표하고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이어감에 따라 우크라이나 국채 가격은 더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래머시펀드의 로버트 코닉스버거 창업자는 하락에 따른 손실보다 반등으로 인한 이익에 더 주목했다. 그는 "향후 (우크라이나) 국채 가격이 더 내려갈 수 있다. 하지만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보다) 반등의 시점을 놓치는 손실이 더 크다"고 현시점을 우크라이나 국채 매수의 적기로 봤다.


최근 우크라이나 채권을 매수한 다른 신흥국 펀드매니저도 "지금이 우크라이나 채권을 사기 시작할 때"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향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많은 고객이 우크라이나 국채 매수에 망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방 제재에도 러시아 국채 인기인 이유는

러시아 국채도 인기다. WSJ은 "인터뷰에 응한 신흥국 펀드매니저와 그래머시펀드 분석가들은 러시아 국채 매입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이외 다른 신흥국 펀드매니저들은 이미 러시아 채권을 샀거나 매수 시점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현재 러시아 국채 가격은 러시아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선언 시 투자자들이 받을 수 있는 가격보다 훨씬 낮다"며 러시아 국채가 인기인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2일 2047년 만기 러시아 달러 표시 국채 가격은 달러당 17센트를 기록, 전주의 달러당 95센트에서 82%나 폭락했다.


러시아의 국가부도 가능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무디스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는 앞서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을 디폴트 직전 단계로 하향 조정했다. S&P는 지난 3일 러시아의 장기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BB+(투자 부적격)에서 디폴트 직전 단계인 CCC-로 8단계나 강등했다. 무디스는 6일 투자 부적격급인 B3에서 디폴트 직전인 Ca 등급으로 4단계 내렸다. 피치도 앞서 'BBB'에서 'B'로 6단계 낮춘 바 있는데, 피치의 신용등급 6단계 강등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 이후 처음이다.


시장에선 러시아가 오는 16일 디폴트를 선언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JP모건은 이날 보고서에서 러시아가 16일 7억달러(약 8500억원) 규모의 채권 만기를 맞이하지만, 서방의 제재로 부채를 상환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 디폴트 선언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투자자들의 러시아 국채 저가매수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 국채 매매가 사실상 중단됐기 때문이다. WSJ에 따르면 이 헤지펀드 매니저가 찾은 구매 가능한 러시아 국채 규모는 액면가 500만달러(약 61억3650만원)에 불과했다.


앞서 서방 진영은 러시아 은행을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 국제결제망에서 제외했다. 러시아 국채 거래는 스위프트 제재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은행 등 주요 금융기관이 서방국의 추가 제재를 우려해 러시아에 대한 모든 거래를 하지 않고 있다고 WSJ은 설명했다.|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