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LF 우크라사태 대응에 중동국가들 내분..이라크 푸틴사진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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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2-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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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 주택가에 블라디미르 푸틴의 커다란 사진이 든 포스터가 걸려 있고 거기에는 "우리는 러시아를지지한다"고 쓰여 있었다. 그런데 이 것이 내 걸린지 몇 시간 뒤에 보안군 한 명이 달려와서 황급히 포스터를 철거했다.


그런 다음 보안당국의 지시가 내려왔다. "모든 공공 장소에서 푸틴의 사진을 내거는 것을 금지한다"는 내용이었다.


레바논에서는 권력을 나눠가진 헤즈볼라 민병대가 정부의 러시아 우크라 침공에 대한 비난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중립'을 요구하는 시위를 했다.


이런 실랑이는 최근 여러 해 동안 러시아 정부가 깊이 간여해 온 중동 지역 나라들 사이에서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두고 입장이 확연히 갈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러시아는 중동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곳이면 어디에서나 정부와 강력한 우의를 맺고 비정부 부문에서도 영향력의 증대를 추진해왔다.


서방국가와 동맹관계를 가진 나라들의 정치 엘리트들은 러시아, 미국, 유럽과 등지는 것을 두려워 한다. 하지만 이라크의 시아파 정당에서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같은 다른 종류의 세력들은 공공연히 러시아를 지지하고 우크라이나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란 세력들은 이란의 선동으로 이른바 '반미 저항의 축'을 유지해야 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푸틴이 이들의 지지를 쉽게 얻은 것은 이란 정부와의 긴밀한 관계, 시리아 내전에서 바샤르 아사드정권을 지지하며 개입했던 것 때문이다.


그 때문에 반미 세력들은 쉽게 동맹국을 저버리는 미국과 달리 푸틴 정부를 믿을 만한, 강력한 파트너로 보고 있다. 심지어 자기들끼리는 동지관계의 애칭인 '아부 알리'란 이름으로 푸틴을 불기 까지 한다.


하지만 정부들은 줄타기를 하는 심정으로 이번 사태를 대할 수 밖에 없다.


바그다드의 정치사상 싱크탱크의 정치분석가 이산 알샤마리는 " 이라크는 전쟁에는 반대하지만 아직 어느쪽 편도 들지 않았고 침공을 비난하지도 않았다"면서 러시아와 서방측 양쪽에 모두 이해관계가 걸려있어서 계속 중립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동의 이란 동맹 세력들은 러시아를 공공연히 지지하며 " 그 이유는 그들이 반미 반서방 전통에 따라 러시아를 동맹국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이라크주재 엘브루스 쿠트라셰프 대사는 이라크의 쿠르드계 통신사 루다우( Rudaw)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이라크와 북부 쿠르드 지역에 이미 140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고 최근 밝힌 바 있다. 이미 러시아의 루크오일, 가즈프롬 네프트, 로스네프트 등 에너지 회사들이 이라크에서 사업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이라크는 미국과도 관계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서방 국가들의 기업들은 그 동안 이라크 석유사업에서 발을 뺄 기회만 노리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의 우크라 사태에대한 최대의 제재는 중앙은행이 총리에게 미국의 제재를 감안해서 러시아 회사들과 계약이나 금융결재를 피하라고 권고한 정도이다. 이로 인해 러시아의 이라크 신규투자는 어려워지겠지만 그 밖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러시아 관리들은 말하고 있다.


지난 주 유엔총회에서 이라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즉시 철수하라는 결의안 투표에 기권을 했다. 레바논은 찬성표를 던졌고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인 시리아는 반대표를 던졌다. 이란은 기권했다.


레바논에서는 외무부가 전례없이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을 강력히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자, 내부의 반발과 러시아인들의 분노로 장관에게 어느 편도 들지 말고 중립을 유지하라고 요구하는 시위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시리아에서는 수 천명의 병력을 지원하고 있는 러시아 군대 때문에 "러시아의 승리를!"이란 광고판들이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이번 주에 나타났다. 반면에 러시아의 공습에 당하고 있는 지역의 주민들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발이 묶여서 자신들에 대한 공격을 완화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라크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사담 후세인의 이웃나라 쿠웨이트 침공과 같다면서 그 이후 오랜 세월 이라크가 경제 제재에 시달린 것을 떠올리고 있다. 이라크가 쿠웨이트에게 총 520억 달러의 보상금 지급을 끝낸 것이 불과 며칠 전의 일이다.


이라크의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에는 우크라이나 뉴스에 수백만명의 팔로어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들은 "우리는 민간인 희생에 마음의 위로를 바친다. 우리는 그런 전쟁의 참상을 잘 알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러시아 제재에 기권표를 던질 정도로 제재나 국민피해에 신중한 이라크의 태도가 격동의 중동 정치 판세에서 앞으로도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런던 경제대학원 국제관계학과의 토비 닷지 교수 등 전문가들의 견해이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