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LF '타결 임박'했던 이란 핵합의, 다시 '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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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2-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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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오스트리아 군인이 지난달 8일(현지시간) 이란과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독일 간 이란 핵합의 복원 협상이 벌어지는 오스트리아 빈의 팔레 코부르크 앞을 지나가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일 년 가까이 진행되면서 최종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던 이란 핵합의 복원 협상이 다시 불발될 위기에 처했다. 최근 들어 러시아가 이란 핵합의 복원을 빌미로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서방 제재에 어깃장을 놓고 이란이 이라크에 있는 이스라엘 군사시설을 미사일로 공격하는 등 변수가 등장하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미 국무부 고위 관계자가 이란 핵합의 복원을 위한 대러 제재 협상은 없을 것이고 러시아를 제외한 별도의 합의를 시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고위 관계자는 “핵합의의 범위를 넘어서는 예외를 인정할 여지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부터 진행됐던 이란 핵합의는 최근 타결이 임박했다는 평가가 나왔으나 러시아가 이를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서방 경제제재와 연관 지으면서 표류하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지난 5일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이 가한 제재에서 대이란 교역과 투자에 대해서는 예외를 보장해줄 것을 미국에 요구했다. 이후 이란과 서방은 지난 11일 이란 핵합의 복원 협상을 외부 요인 때문에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안보리 규정상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해당 안의 가결이 불가능하므로 러시아가 사실상 경제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핵합의를 인질로 삼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러시아의 요구에 난색을 표했던 미국은 러시아를 제외한 별도의 협정을 맺는 방안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가 끝까지 요구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를 제외한 ‘대체 합의’를 맺고, 러시아의 역할을 다른 나라에 할당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란 핵합의 체제에서 러시아는 이란산 고농축 우라늄을 인도받아 천연 우라늄과 교환해주고 이란의 포르도 지하 핵 시설을 연구시설로 전환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다만 이 대안을 선택할 경우 최근 러시아와 가까워진 중국이나 이란이 러시아를 제외한 협정을 맺는 데 동의할 것이란 보장이 없다고 WSJ는 지적했다.


이런 와중에 이란이 이라크에 있는 이스라엘 군사시설을 공격한 것도 협상 타결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이란 정예군 혁명수비대는 이날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지역 에르빌에 있는 이스라엘 전략 시설을 미사일로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에 무기를 공급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시리아 내 이란 민병대를 공격해 왔는데, 지난 5일 시리아에서 이란 혁명수비대 장교 2명이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사망하자 보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번 공격으로 이웃 중동국가들의 이란 핵합의 복원에 대한 반감이 더 커지면서 이란 혁명수비대를 미국의 외국 테러조직(FTO) 명단에서 삭제해 달라는 이란의 요구를 미국이 받아들이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는 미국이 이란이 지원하는 예멘 후티반군을 FTO 명단에서 제외한 데 분노해왔고, 이란 핵합의 협상에서 이란의 탄도미사일과 무장세력 지원 문제 등이 충분히 다뤄지지 않은 데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유가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두 국가에 원유 생산량을 늘리도록 설득해야 하는 미국으로선 난감한 상황이 됐다.


가디언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아부다비 왕세제가 최근 몇 주간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전화통화를 거절하고 있다”면서 “최근 중동 석유 강국들과 미국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고 전했다.


사이드 하티브자데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14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결정해야 할 중요한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에 우리는 합의안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핵합의 복원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외무장관이 오는 15일 러시아로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ㅣ경향신문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