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호텔 옥상서 '엄지 척'! 석유 급하지 않은 英존슨, 중동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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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2-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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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사우디 실세와 '에너지 시장 안정화' 회담…

영국 존재감 부각, 중동과의 관계 강화 목적 평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 따른 서방의 경제제재에 세계 에너지 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주요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로 향했다. 러시아를 대체할 에너지 공급처 확보와 세계 에너지 시장 안정을 위한 협력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순방에 다른 속내가 담겼다고 분석한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이날 UAE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아부다비 왕세제,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연쇄 회담을 하고 세계 에너지 시장 안정화를 위한 협력을 논의했다. 유가 안정을 위한 석유 증산을 논의한 것인데 이번 회담에서 구체적인 합의 도달은 없었다.


사우디 국영 통신사는 "존슨 총리와 빈 살만 왕세자가 우크라이나 사태를 비롯한 국제 문제에 대해 논의했지만, 석유시장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번 회담에 정통한 사우디 당국자들도 "영국 총리가 빈손으로 회담장을 떠났다"고 말했다. 존슨 총리 역시 빈 살만 왕세자와의 1시간 45분간의 회담을 마친 뒤 '증산 합의'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사우디와 얘기하라. 사우디도 국제 석유·가스 시장 안정을 보장한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다고 본다"고만 답했다.


아부다비 왕세제와 회담 이후 발표한 성명에서도 에너지 시장 안정화를 위한 양국의 협력만 강조하고, 증산 합의 등 구체적인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영국 정부 대변인은 "(양측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혼란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고, 세계 에너지 시장 안전을 위한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만 밝혔다.


UAE는 앞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요동친 원유 시장 안정화를 위해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추가 증산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혀 OPEC의 추가 증산 기대를 높인 바 있다. UAE는 그간 사우디와 함께 기존의 하루 평균 40만 배럴 증산 방침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산유국 중 하나다.

닛케이는 미국, 유럽보다 낮은 영국의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앞세워 존슨 총리의 이번 중동 순방에 에너지 시장 안정화 협력 이외 다른 목적도 담겼다고 분석했다. 영국 에너지 수입의 러시아산 의존도는 원유는 8%, 천연가스는 4%로 미국(원유 3%)보다는 높지만, 유럽(원유 25%, 천연가스 40%)보다는 매우 낮아 수입금지에 따른 충격이 그리 크지 않을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닛케이는 존슨 총리가 전쟁으로 인한 국제적 충격 해결에 앞장서 국제사회에 영국의 존재감을 부각하는 동시에, 중동 국가와의 관계를 강화하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지난해 1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절차를 마무리한 영국은 유럽 내에서 독자노선을 걷고 있다. 지난해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제2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등 대규모 국제행사를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대면으로 개최하며 존재감 높이기에 힘썼다.


또 사우디 등 중동 6개국으로 구성된 걸프협력회의(GCC)와의 새로운 무역협정 체결을 추진하는 등 중동 국가와의 경제적 유대 강화도 하려 한다.


다만 존슨 총리의 중동 밀착 전략은 영국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영국 정부가 외교적 성과를 올리고자 언론인 자말 카슈크지 살해 사건 개입 정황, 대규모 사형 집행 등 사우디의 인권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우디는 지난 13일 테러 관련 81명에 대한 대규모 사형을 집행했다. 사우디 정부는 이들 다수가 이슬람국가(IS), 알카에다와 관련된 인물이거나 예멘 후티 반군에 협력한 테러범이라고 주장했는데, 이에 아만다 밀링 영국 외무장관은 영국이 사형 집행을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