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LF 美 동맹이었던 사우디의 친중 행보…“中 수출 원유 위안화 결제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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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2-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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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간 중단됐던 위안화 결제 협상 급물살

中, 사우디산 원유 25% 수입 ‘큰손’

“미국과 갈등 때마다 꺼냈던 단골 소재” 평가도


중동 지역의 미국 최대 동맹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중국에 원유를 수출할 때 달러가 아닌 위안화로 결제하는 방안을 중국 정부와 논의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인 중국은 사우디산 원유의 25% 이상을 사들이는 큰손이다. 지난 6년간 중단됐던 중국과 사우디의 위안화 결제 협상이 성사되면 세계 석유 시장에서 달러화 지배력은 약화될 전망이다.


WSJ에 따르면 사우디의 변심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에 대한 강한 불신에서 비롯됐다. 사우디는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 핵합의(JCPOA) 복원 협상에 나서고, 사우디의 예멘 내전 개입에 비판적인 입장으로 돌아서자 분노하고 있다. 특히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갑작스럽게 철수하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미국과 사우디는 안보·대테러 분야 필수 협력국으로 특수 관계를 유지해왔다. 9·11 테러 이후 양국 관계가 다소 멀어지기도 했지만 이라크 전쟁 당시 사우디가 미국에 적극 협력하면서 관계를 복원했다. 2017년 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취임 후 미국이 이란 핵합의에서 탈퇴하고 대이란 봉쇄 정책을 펴자 사우디는 두 팔 벌려 환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해 5월 사우디를 방문했을 때 양국은 1000억 달러(124조원) 상당의 무기 구매 계약을 체결하며 긴밀한 동맹 관계를 과시했다.


2018년 10월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을 방문했다가 살해됐을 때도 미 의회를 중심으로 모하메드 빈살만 왕세자의 배후설을 제기하며 제재하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러나 미 백악관은 미국의 대중동 정책에 있어 사우디의 중요성, 사우디에 대한 무기 판매로 인한 경제적 이익을 언급하며 “사우디와는 변함없는 파트너”라고 사우디 왕실을 옹호했다.


그랬던 두 나라 관계는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멀어지기 시작했다. 사우디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이 국제 유가를 잡기 위해 석유 증산을 요구하자 거부하는 등 각을 세우고 있다. 미국이 중국 견제에 주력하며 중동의 우방에 소홀한 틈을 타 중국과 러시아는 이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WSJ은 사우디가 다음 달 라마단이 끝나면 시 주석을 수도 리야드로 초청하는 일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당국자는 “빈살만 왕세자와 시 주석은 친밀한 관계로 두 사람 모두 보다 강력한 관계의 잠재력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우디는 중국으로 수출하는 원유의 위안화 결제는 물론이고 페트로위안(위안화 표시 원유 선물 거래)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2018년 3월 상하이선물거래소 산하에 설립한 상하이국제에너지거래소(INE)를 통해 원유 선물을 출시했다. 그러나 석유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거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위안화 결제가 현실화되면 달러화로만 원유를 결제하도록 한 페트로달러 체제 위상은 흔들릴 수 밖에 없다. 현재 전 세계 석유 거래의 80%가 달러로 이뤄지고 있다.


더군다나 미국은 1990년대 초 하루 200만 배럴의 사우디 원유를 수입하던 나라였지만 지난해 12월 기준 50만 배럴 이하로 떨어졌다. 반면 중국은 지난해 하루 176만 배럴의 사우디 원유를 수입했고 러시아가 160만 배럴로 뒤를 이었다.


워싱턴의 국제안보분석연구소 이코노미스트 갤 루프트는 WSJ에 “원유 시장, 더 나아가 글로벌 원자재 시장은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에 대한 보험정책”이라며 “벽돌을 빼면 벽 전체가 무너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 입장에선 위안화 결제 허용 반대급부로 중국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다만 사우디는 자국 리얄화를 달러에 연동시킨 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어 경제 시스템상 위안화 결제를 허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정부 인사는 “위안화 결제는 사우디가 미국과 갈등을 빚을 때마다 꺼냈던 단골 소재”라고 말했다.|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