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한부모가족 보험료 지원에 70억원 예산 투입… 혜택은 5억원 미만

페이지 정보

작성일 22-03-23

본문

한부모가족이 각종 질병이나 상해 등 의료적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연간 수십억원의 보험료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취지와 달리 해당 사업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전해지지 않은 탓에 지급률은 한 자릿수를 맴돌며 사업을 맡은 민간보험사들의 배만 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2020년 7월31일부터 올해 7월30일까지 한부모가구 아동과 부양자(친권자)의 ‘아동 보험 Ⅱ’ 보험료를 지원하는 사업에 대해 70억5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하지만 지난해 말까지 한부모가족에 지급된 보험금은 4억7000만원에 그쳤다.


이 사업은 아동양육비를 지원받는 한부모가구 중 생계급여와 의료급여 대상이 아닌 경우 별도의 가입절차 없이 자동으로 대상자로 선정, 보험료를 지원한다. 이에 따라 사업 첫해인 2020년 26만명, 지난해 28만명 등 총 54만명이 대상에 올랐지만, 보험료 지급 건수는 2279건에 그쳤다.


보험금 지급률은 7%도 되지 않고, 전체 대상자의 1%도 혜택을 못 받은 셈이다. 통상 민간 보험의 지급률이 80~100%에 이르는 것과 비교해보면, 이 사업의 주관보험사인 삼성화재와 참여보험사인 메리츠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이 얼마나 ‘땅 짚고 헤엄치기’를 했는지 잘 알 수 있다.


지급률이 이렇게 형편없는 데에는 한부모가구가 각종 정보 접근에 취약한 탓도 있지만, 민간 보험사들이 사업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도 큰 원인으로 꼽힌다. 이 사업에 참여하는 보험사들은 대상자들이 내용을 잘 알 수 있도록 홍보 방안을 마련해 적극적으로 알리도록 계약이 돼 있지만, 카카오톡 채널 개설 외에 별다른 활동을 펼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료 지원 외에 별도의 홍보지원비도 책정됐지만, 홍보물 제작을 오히려 서금원 측에 요구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부모가족에 대한 지원을 복지시스템 차원이 아니라 금융지원 차원에서 실행하면서 이러한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 복잡한 복지체계에서 중복수급을 막기 위해 급여별로 탈락자를 선별하는 탓에 의료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는 한부모가족을 지원하기 위한 취지였지만, 결과는 그와 멀어진 셈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남은희 국장은 “재정은 재정대로 쓰면서 한부모가족이 아닌 보험사를 지원하는 사업이 됐다”며 “민영보험에 기댈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정부의 복지시스템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서금원은 뒤늦게나마 사업을 본궤도에 올리기 위해 직접 한부모가족을 대상으로 직접 홍보 및 지원 사업에 나섰다. 이에 따라 관련 시민사회단체, NGO(비정부기구) 등과 협업해 홍보활동 및 금융교육 등의 지원이 이뤄질 방침이다. 미혼모단체 인트리의 최형숙 대표는 “가계난을 겪는 한부모가족 중 특히 부모의 경우 병원 가기를 꺼리는 경우가 많은데, 서금원의 이번 사업은 직접(현금성)지원 위주인 복지체계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좋은 사업으로 보인다”며 “단순히 실적으로 사업의 성과를 평가하지 않고, 수혜자의 입장에서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