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LF 美, 사우디에 패트리엇 미사일 재배치…증산 설득 통할까

페이지 정보

작성일 22-03-24

본문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에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 시스템을 재배치했다. 지난해 9월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PSAB)에서 패트리엇 미사일 시스템을 빼낸 뒤 약 반년 만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국제 에너지 가격이 치솟자 미국이 공급 안정화를 꾀하기 위해 사우디와 관계 개선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20일(현지 시각) AP통신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최근 한달 이내 상당한 수량의 패트리엇 미사일 시스템을 사우디에 들였다. 이와 관련, 바이든 행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사우디가 예멘 반군 후티의 공격을 막는 데 필요한 방어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후티 반군은 예멘 정부군을 돕는 사우디를 종종 미사일로 공격해왔다. 후티 반군은 이날도 사우디 국영회사 아람코의 유류 분배 시설과 액화천연가스(LNG) 저장시설 등을 공격했다.


사우디는 지난해 말부터 자국 패트리엇 미사일 시스템 물량이 부족하다며 미국에 공급을 늘려달라고 요구해왔다. 그러나 인도주의 위기를 들어 후티 반군을 테러단체 명단에서 빼는 등 반(反)사우디 노선을 취해온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외면해왔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배후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지목하는 등 날을 세워왔다.


일련의 마찰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부터 미국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전쟁발(發) 에너지 대란이 불가피해진 가운데 사우디가 원유 증산을 요청하는 미국의 요청을 거절한 것이다. 이달 8일에는 백악관이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지도자들과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를 추진했으나 거부당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사우디의 냉랭한 태도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지난 3일 미 시사주간지 애틀랜틱과 진행한 인터뷰에서도 드러났다. 당시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에 대해) 무엇인가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며 “사우디 지도자들을 멀리하면 손해가 될 것이고 미국 국익을 생각하는 것은 그(바이든 대통령)에게 달려있다”고 답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미국은 사우디와의 관계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미국은 지난달 브렛 맥거크 국가안보회의(NSC) 중동·북아프리카 조정관과 아모스 호치스타인 국무부 에너지 특사를 사우디에 파견한 데 이어 이날도 “이번 패트리엇 미사일 시스템 재배치 결정은 다른 미국 동맹국들의 높은 무기 수요와 통상적인 조사 기간 등으로 인해 시간이 걸린 것”이라며 의도적으로 보급을 지연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미국이 사우디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앞서 바이든 대통령의 전화는 받지 않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는 통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이달 초 브렌트유 가격은 14년 만에 최고치인 배럴당 139달러까지 치솟았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가격은 이날 3.39달러 상승한 108.09달러를 기록했다. |조선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