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스포츠 “BTS 말고, 민생이나 챙겨라”…이대남·아미·친문, 병역특례법에 뿔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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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2-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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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름이 있으면, 병역에 모두 응할 예정”(2020년 11월20일 멤버 진 인터뷰 일부)


“군대는 때 되면 알아서들 갈테니까. 우리 이름 팔아먹으면서 숟가락 얹으려고 한 X끼들 싸그리 다 닥치길”(멤버 슈가 ‘어떻게 생각해’ 노래 일부)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은 그동안 병역 관련 질문이 나올 때마다 “군대에 갈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병역 문제는 특히나 민감한 이슈기 때문에 팬들도, 소속사도 그간 조심해왔다. 그러나 올 4월 국민의힘이 ‘툭’하고 나타났다. 갑자기 BTS 병역 면제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자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으로 국민의힘을 지지했던 남성 네티즌들이 즉각 반발했다. “인기 많으면 군 면제냐”며 억울하다고 했다. 팬클럽 아미(ARMY)도 분노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취임식 공연부터 병역 문제로 ‘BTS’가 연일 거론되자 “BTS 말고 제발 민생이나 챙겨라”며 호소했다. 친여(親與) 성향의 네티즌들은 작년 9월 UN총회에 문재인 대통령과 BTS가 참석한 것을 두고 국민의힘이 ‘쇼’라고 비판한 논평을 재소환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BTS에게 병역 특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몇 년 전부터 꾸준히 나왔었다. 가장 처음은 BTS가 2018년 ‘빌보드200′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을 때다. 비슷한 시기에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몇몇 선수가 병역 특례를 위한 목적으로 선발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국위선양하는 BTS 멤버들이나 군 면제 시켜줘라”는 말이 나왔다. 2년 뒤 BTS의 영어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병역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당시에도 반대 여론은 만만치 않았다. 이에 정부는 대중문화예술 분야 우수자에 대한 군 징집 및 소집을 만 30세까지 연기할 수 있도록 한 병역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팬들도 여론도 달랬다. 이에 따라 BTS 멤버들은 만 30세까지 입대를 연기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그러나 벌써 때가 됐다. 1992년생인 맏형 진(본명 김석진)은 올해 말까지 입대해야 한다.


그러다 지난 4월, 정치권이 BTS 병역 문제를 꺼내 들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BTS 소속사 하이브를 방문하면서다. 당시 안 위원장은 “병역 문제는 의제에 없었다”며 “K-컬처 산업 발전 방향을 위한 방문”이라고 했지만, 안 위원장 말을 그대로 믿는 분위기는 아니었다.다음날 박주선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이 또 BTS를 언급했다. 그가 라디오 인터뷰에서 “취임식에 BTS가 공연하냐”는 질문에 “논의 중”이라고 답하면서, 취임식 공연과 병역 문제를 맞교환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확산했다. 이에 팬들은 인수위 홈페이지에 “BTS를 정치적으로 이용말라”며 1500개가 넘는 항의글을 쏟아냈다.


이후 잠잠해지나 싶더니,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라디오 방송에서 BTS 병역 문제를 4월까지 해결하겠다며 불을 지폈다. 앞서 성 의원은 업적을 세운 대중문화예술인을 ‘예술요원’으로 편입해 대체복무를 허용하는 내용이 담긴 일명 ‘BTS 병역특례법’을 발의했었다. 작년 11월 국회 국방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됐으나, 여야 의원들의 찬반이 엇갈려 통과가 잠정 보류됐다.


성 의원은 BTS가 병역 특례를 받아야 하는 이유가 ‘국격’을 높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성 의원은 빌보드를 ‘대중 음악의 올림픽’이라고 표현하며 “빌보드에서 1주 우승을 하면 1조6000억원의 경제유발 효과가 있다. BTS가 현재까지 17주를 우승했었는데 약 56조원의 국가적인 이득을 주고 있는 것이다. 경제적 환산으로 보더라도 엄청난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12일엔 “빨리 검토하자는 양당 간사 간 협의가 있었다” “정부의 요청도 있었다”며 본격적인 법개정 절차에 들어갈 것임을 예고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의도와 달리 반응은 싸늘했다.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힘의 ‘여가부 폐지’를 지지했던 일부 남성 네티즌들은 배신감을 토로했다. 2030 남성들이 주로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는 “인기 많으면 군대도 면제시켜주냐? 누굴 위한 법안이냐”, “지지자들이랑 기싸움하자는 거냐”, “검수완박 이야기 집중해도 모자를 판에 국민의힘이 판을 까네”, “군대 간 평범남은 국가에 기여도가 없다는 거냐”, “BTS 이용해서 본인 업적 쌓으려는 걸로 밖에 안 보인다”, “이대남은 잡은 물고기니 BTS 여성 팬들 모으려는 심산인데, 착각 마라. 이번 지방선거 때 두고보자”, “미국 빌보드가 올림픽이라니. 남의 나라 음악상이 우리나라 군 면제 기준이 되는 게 맞다고 생각하냐”며 댓글이 이어졌다. 일부 남성 네티즌들은 성 의원에게 항의 문자를 보냈다며 인증샷을 올리기도 했다.


팬들 역시 자기 가수가 특정 정당이랑 엮이는 걸 반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반대 진영으로부터 듣지 않아도 될 욕설, 비난을 듣기 때문이다. 팬들은 “정치인들은 BTS 팔이 좀 그만 해주세요”, “병역 문제로 자꾸 기사 뜰 때 마다 심장이 내려 앉는 기분이다. 연예기사면 댓글도 못 다는데 사회기사로 나가 악플 달리는 거 보면 마음 아프다”, “본인들이 안 가겠다고 한 것도 아닌데 왜 정치인들이 이래라 저래라냐”, “성일종 아저씨, 본인 지역구인 서산이나 챙기세요”, “BTS가 욕받이냐. 결국 국민의힘이 화제몰이용으로 이용하는 건데, 이런 상황에서 군대가도 욕 먹는다. 누가 책임질 거냐”, “안 가겠다고 한 적 없다, 들쑤시지 마라”며 BTS 언급 자체를 중단해달라는 반응을 보였다.


BTS 팬이라는 30대 직장인 A씨는 “왜 당사자들보다 정치인들이 더 난리인지 모르겠다. 정치권과 엮이는 것 자체가 불쾌하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팬인 20대 B씨는 “우리나라에서 병역 이슈는 민감하기 때문에, 팬들끼리도 말을 아끼는 편이다. 그런데 정치인들은 본인들 일 아니라고 너무 함부로 떠드는 거 아니냐. 가수도, 팬들도 먼저 면제해달라고 한 적 없다. ‘쟤네가 왜 면제돼야 하냐’는 댓글을 보면서 BTS가 쌓아온 업적과 그 가치가 폄하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정치권에 이용당하는 기분이다”라고 토로했다.친문(친문재인) 성향의 네티즌들은 성 의원의 발언이 그야말로 ‘내로남불’ 행태라고 지적했다. 작년 9월 BTS는 문 대통령과 함께 미국 뉴욕에서 열린 UN총회에 참석했는데, 당시 국민의힘이 “유엔 총회의장에서 연설하는 문 대통령의 모습과 세계적 가수 BTS가 채운 ‘쇼’가 필요했을 것. 이제 쇼는 그만하고 진정한 국가안보를 챙겨라”고 논평을 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제 본인들이 정권 잡으니 BTS가 필요한가 보지? 문재인 정부 때는 그렇게 ‘쇼’라고 욕했으면서”, “1년도 안 돼 BTS 찾는 꼴이 우습다. 쇼라고나 하지 말던가”라고 지적했다. 친여 성향의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도 “BTS를 겨우 정치 행사에나 동원되는 아이돌 그룹으로 취급하고 이제 와서 자신들의 정치 행사에 초청하겠다는 것은 BTS에 대한 심대한 모독이 될 수 있음을 왜 모르는 거냐”고 비판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