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엄포'로 시작해 '사과'로 막내린 부동산관계장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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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2-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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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부동산시장 안정을 이루지 못한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마지막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마지막 말은 ‘사과’였다. 홍 부총리는 회의 전 모두발언에서 “그동안 정부는 ‘공급확대, 실수요 보호, 투기억제’라는 3대 원칙하에 부동산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왔다”면서도 사과와 함께 정책에 한계와 실패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홍 부총리의 사과를 끝으로 2020년 8월 첫 회의를 시작한 부동산관계장관회의가 총 41회라는 기록을 남기고 종료됐다. 홍 부총리는 회의에서 “앞으로의 일정 등을 감안할 때 오늘 회의가 사실상 마지막 부동산 관계장관회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오늘은 이제까지의 부동산 정책을 종합 점검, 마무리할 것은 마무리하고 인계할 것은 정리하여 인계하는 기회를 갖겠다”고 회의 종료를 공식화했다.


부동산관계장관회의는 2020년 5월부터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폭등 조짐을 보이자 책임자를 부총리로 격상해 마련한 범정부 차원의 통합대응회의다. 회의 안건에 따라선 회의 참석 부처가 9~10곳에 달할 정도로 매머드급 규모를 자랑했다. 종합부동산세·양도세 등 부동산 세제 조정부터 LTV 등 금융규제, 조정대상지역 지정 및 변경, 불법 부동산 거래 처벌 등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부동산 정책들이 이 회의를 통해 나왔다. 당초 ‘주1회 개최’를 목표로 했지만 시기에 따라선 격주에, 혹은 3~4주에 한번씩 개최되기도 했다.

첫 회의는 ‘엄포’로 시작됐다. 이때만해도 정부는 ‘수요 관리’라는 목표 아래 종부세 등 각종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고, 가격 급등을 부채질하는 불법투기 등을 단속하는데 주력했다. 당시 홍 부총리는 “주택공급이 아무리 늘어나더라도, 불법거래, 다주택자들의 투기 등을 근절시키지 않는다면 부동산시장 안정 달성은 어렵다”며 9억 이상 고가주택 거래 감시 강화, 거래 과열지역 대상 기획조사 착수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이후 정부는 월 1회꼴로 굵직한 대응책을 잇따라 발표했지만 가격 상승세를 꺾지는 못했다. 같은해 9월부터는 정책의 방향도 ‘공급 확대’로 전면 수정하고 3기 신도시 추가지정, 공공복합개발 등 서울 도심 공급방안(2·4대책) 등도 내놓았지만 역부족이었다. 주택거래량 사상 최대(2020년), 주간·월간 수도권 아파트값 최대상승(2021년) 등의 기록이 새로 쓰였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가격 폭등의 배경으로 시중 풍부한 유동자금, 갭투자 등 투기수요 유입, 시장 불안심리에 따른 2030세대의 추격매수를 뜻하는 ‘영끌’ 현상 등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주된 책임으로 정부의 정책 실패가 보다 지목됐다. 홍 부총리는 이에대한 서운함을 내비쳤다. 그는 “일각에서 5년간 부동산대책이 28번이었다고 지적하나, 종합대책이라 할 수 있는 것은 그 절반 수준”이라며 “나머지는 사실상 기존 발표대책의 후속대책 성격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정부가 주택공급 확대대책에도 결코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해 하반기 대출규제가 이뤄진 뒤 안정세에 접어든 부동산 시장이 대선 후 다시 불안조짐을 보이는데 대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3월 들어 규제완화·개발기대감 등으로 강남4구에서 매매가격과 수급지수가 먼저 반등하고 이달 들어 서울도 보합으로 전환되는 등 불안심리가 재확산되는 조짐이 있는 상황”이라며 “무엇보다 시장 절대안정이 중요하고, 새 정부에서도 노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폐기 등의 방침을 밝힌 임대차3법에 대해 홍 부총리는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신규 전세가격 불안 등 일부 문제도 제기돼 정책적 보완노력을 기울여왔다”며 “차기 정부에서 문제점 추가보완 및 제도안착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며 폐기 반대 의사를 분명히했다.|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