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드러나는 민간인 학살 증거… 푸틴 ‘전범재판’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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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2-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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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사실


러軍 만행 단죄할 수 있나

민간인 고의 공격·생화학 공격 등

제네바 협약에 전쟁범죄로 정의

英총리 “부차 학살 전쟁범죄 증거”

국가지도자 기소 전례로 봐도 가능

美, 20년 만에 ICC 정식지원 검토


“부차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보지 않았나. 푸틴을 전범으로 규정하는 게 정당하다. 전범 재판이 실제로 진행될 수 있도록 구체적 근거를 모아야 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이 드러난 직후인 4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이같이 말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전범 재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1일에는 미국이 20여년 만에 국제형사재판소(ICC)를 정식으로 지원할 수 있는지 법리를 검토 중이라고 외신이 보도했다.


러시아군의 만행이 전 세계로 알려지자 국제사회는 일제히 푸틴 대통령을 단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전범’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부차 학살에 대해 “전쟁범죄임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밝혔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특정 개인의 악행이 아닌 (러시아군) 계획의 일부로 본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을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 배후에 있는 범죄자로 간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을 전범으로 정의하는 국제사회 주장은 사실이라고 볼 수 있다.


영국 BBC에 따르면 전쟁범죄는 전쟁 시 인도주의 원칙을 명시한 ‘제네바 협약’에 정의돼 있다. 전쟁범죄에는 △민간인 고의 공격 △민간인의 필수 기반시설 공격 △대인지뢰·생화학 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사용 등이 포함된다. 살인, 강간, 집단 박해와 같은 심각한 범죄는 ‘반인륜적 범죄’로 별도 규정한다.

러시아 정부는 민간인 학살 책임을 부인하지만, 전쟁범죄의 증거를 찾기는 어렵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부차에서는 뒤로 손이 묶인 채 얼굴이 덮이고 흙더미에 파묻힌 시신들이 잇따라 발견됐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군 탱크가 길을 지나던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향해 발포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신문은 “별도의 검증 과정을 통해 해당 영상이 조작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국가 지도자도 전쟁범죄 책임자로 기소할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히로히토 일왕은 1946년 도쿄 전범 재판에서 일본 국민 여론을 염두에 둔 미국 만류로 기소되지 않았으나 이후 2000년 한국 등 일본군 성노예 피해국들이 그를 기소해 유죄를 이끌어낸 바 있다.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연방 대통령,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등도 재판대에 섰다.푸틴 대통령을 재판에 회부하는 건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ICC는 개별 국가 법정에 서지 않은 전범 개인을 조사하고 기소할 수 있지만, 러시아는 2016년 ICC에서 탈퇴했다. ICC가 푸틴 대통령에 유죄 증거가 있다고 판단하더라도 자체 경찰력이 없어 그를 체포할 수는 없다.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유엔에 전범 인도를 요청할 수는 있으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면 이런 시도도 무력화된다.


미국 정부가 ICC 지원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은 ICC 회원국이 아닌 데다 자국군 정보 제공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전쟁범죄에 대한 국제사회 단죄에는 지원이 가능하다는 예외 조항을 기반으로 법리 분석에 나섰다. NYT는 의회에서 미국이 ICC 지원을 위해 법 개정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가능성이 낮지만 장기적으로 푸틴 대통령이 실각 후 반대파에 의해 축출될 시 전범 재판에 설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법률분석관은 “(전범 기소는) 러시아를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면서 푸틴 대통령의 정당성을 잃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며 “당장은 (푸틴 대통령을) 처벌하는 것이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권력 지형은 바뀐다”고 설명했다.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