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LF 탈레반 사면 약속은 미끼였다… 투항한 관리∙군경 490명 학살

페이지 정보

작성일 22-04-14

본문

NYT, 아프간 전역서 확인한 490명 피살자 명단과 일부 처형 영상 공개

”아직도 수많은 생명 위험, 미국이 손 씻은 척 무시하는 것은 비양심적”

작년 8월16일,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을 장악한 탈레반 세력은 첫 기자회견에서 “과거와는 달리, 더 부드럽고 덜 극단적으로 지배하고 반대세력에 관용을 베풀겠다” “미국 및 연합군과 함께 일했던 자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여성의 교육과 인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새 탈레반 정부 인사들은 미국 언론 매체들과의 여러 인터뷰에서도 “과거 정부 사람들에게 어떠한 위협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복해 말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는 12일 “이는 모두 거짓말이었다”며, 지난 6개월간 아프가니스탄 전역을 취재하며 지방 매체와 인권단체의 도움을 받아 입수한 아프간 전(前)정부 출신 관리∙경찰∙군인들의 고문∙처형 사진∙동영상과 희생자 가족들의 증언, 살해된 이들의 명단을 일부 공개했다.


여성 경찰관이었던 임신 8개월의 바누 네가르는 작년 9월5일 남편과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탈레반에 사살됐다. 또 다른 여성 경찰관은 작년 11월 집에서 남편, 놀러온 친지와 함께 살해됐다. 미군과 함께 일했던 한 경찰 간부는 49일간 고문을 당하고, 10월1일 교수형을 당했다.


탈레반의 기자회견 다음날인 작년 8월19일 납치됐던 한 아프간 장교 출신 남성은, 1주일 뒤 머리 없는 시신으로 가족에게 돌려보내졌다.


NYT는 “탈레반 정부는 국제사회에 한 ‘사면’ 약속을, 전직 군인∙관리들을 은신처에서 꾀어내어 죽음으로 모는 미끼로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보안 부서의 한 관리였던 하지 물라 아차크자이는 사면을 믿고 투항했지만, 눈이 가리운 채 고문을 당하고 총살됐다. 처형 당시를 촬영한 탈레반의 비디오를 보면, 시신 위로 계속 총알이 쏟아졌다.


한 아프간 지휘관은 “탈레반은 ‘잘못을 시인했으니, 괴롭히지 말라’는 사면장을 발급해 주고는, 투항한 다른 군인들과 함께 우물에 빠뜨리고 고문과 구타를 계속했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의 탄원 끝에, 운좋게 혼자 구출될 수 있었다.


34세의 한 아프간 병사는 아일랜드에 있는 삼촌에게 자신을 구해달라고 애원했다. 삼촌은 ‘미군,연합군과 함께 찍은 사진, 서류 등을 찍어서 보내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이 청년은 탈레반의 불심검문에서 자신을 구해줄 것으로 믿었던 서류와 사진들이 발각되면서, 그 자리에서 머리에 세 방의 총알을 맞아 즉사했다.


NYT가 6개월 동안 아프간 전역에서 확인한 탈레반의 조직적인 살해 건수는 490건이었다. 이 신문은 “잔혹한 살해 사례는 훨씬 많겠지만, 가족들이 탈레반의 보복을 두려워해서 말을 하지 않아 현재로선 더 확인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러한 탈레반의 보복 처형에 대해, 탈레반은 처음엔 “완전히 날조되고, 잘못된 주장”이라고 부인했다. 이후엔 “우리가 사면을 선포했으므로, 탈레반 전사들이 보복하거나 개인적 원한을 갚아서는 안 된다”(뮬라 모하마다 야쿠브 탈레반 국방장관)며, 일부 탈레반 지방 지휘관들의 일탈된 행위로 변명했다.


NYT는 “탈레반이 잔악 행위를 부인하는 것은 절박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서방으로부터 받아내기 위한 것”이라며, “이들이 대통령궁에 앉아서 MSNBC 방송과 인터뷰할지는 몰라도, 그들은 여전히 자기 아버지 세대의 각본대로 움직인다”고 보도했다. 다만 지금의 탈레반 세대는 디지털에 능하고 외부에 어떻게 보이느냐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 마치 달라진 것처럼 주장한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아프간 병력은 10만 명이었고, 아직도 많은 이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며 “미국이 철수하고 나서 손을 닦아낸 척하며, 과거 동맹국에 대한 학살을 무시하는 것은 비양심적”이라고 비판했다. 신문은 “민주주의와 평화, 인권을 위해 함께 싸웠던 이 아프간 군인들과 가족을 구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