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푸틴 건강 이상설에 모스크바호 침몰로 여론조작에도 빨간불..흔들리는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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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2-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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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대화하면서 테이블 모서리를 오른손으로 꽉 붙들고 있다.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건강 이상설이 제기됐다. 차세대 대륙간탄도탄(ICBM) 발사를 두고는 거듭되는 군사적 실패를 만회하기 위한 이벤트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흑해 기함 모스크바호 침몰 이후 군사적 자존심과 정부의 선전전에 대한 신뢰에 균열이 생기고 엘리트 층에서도 전쟁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퍼지는 등 러시아 내부가 동요하는 모양새다.


21일(현지시간) 러시아 TV에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남부 요충지 마리우폴을 “해방시켰다”고 밝히며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을 독려하는 모습이 생중계됐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영상에 포착된 푸틴 대통령의 자세 때문에 건강 이상설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다소 경직된 표정을 한 채 구부정하게 앉아 앞에 놓인 테이블 모서리를 오른손으로 꽉 붙들고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한시도 놓지 않았다. 영국 보수당 하원의원을 지낸 루이즈 멘시는 “푸틴이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고 예전에 썼는데 영상을 보면 그가 떨리는 손을 감추려 테이블을 잡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하지만 발을 까닥거리는 것은 참을 수 없나 보다”라고 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부에서 경제고문으로 활동한 바 있는 스웨덴 경제학자 안데르스 오슬룬드는 쇼이구 국방장도 건강이 나빠 보인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전날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RS-28 ‘사르맛’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것을 두고는 거듭되는 군사적 실패에 성과를 과시할 만한 이벤트가 필요해 벌인 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필립스 오브라이언 세인트루이스 대학 전략학 교수는 CNN에 “푸틴이 러시아인들에게 자국의 기술력에 대한 확신과 자부심을 갖도록 애쓰고 있다”며 “전황이 불리해질 때 독일군이 전세를 뒤집을 수 있는 ‘경이로운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선전하며 전세를 뒤집을 수 있었던 것처럼 포장하던 히틀러의 수사학과 닮았다”고 말했다.


돈바스 공세를 앞두고 벌어진 흑해 함대 기함 모스크바호 침몰이 러시아 내부의 사기를 꺾는 데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모스크바호는 지난 13일 화재와 선체 폭발 후 침몰했다. 우크라이나가 바이락타르TB2 드론으로 시선을 잡아끈 뒤 자체 개발한 대함 미사일 넵튠을 명중시켜 침몰시켰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분석이다.


시민들을 상대로 한 여론조작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모스크바호에 승선했던 500명 넘는 승조원들의 생사가 현재까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다. 러시아 당국은 전원 구조했다고만 밝히고 그 이상 자세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승조원 가족들은 공개적으로 자녀의 생사확인을 요구하고 있다. 모스크바호에서 실종된 19세 병사의 아버지 드미트리 쉬크레베츠는 러시아판 페이스북인 이콘탁테에 글을 올려 “왜 징집병인 내 아들이 희생돼야 했느냐”며 당국을 비판하고 다른 실종자 가족들의 증언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권 인권옹호 시민단체인 ‘러시아 군인 어머니 위원회’와도 접촉했다. 징집병의 전사 문제는 체첸 전쟁 이후 러시아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사안이다. 당시 제대로 훈련받지 않은 많은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으면서 반전 여론이 커졌다. 아직까지도 수백명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러시아 군인 어머니 위원회’는 1980년대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계기로 결성됐다.


블룸버그 통신은 전날 러시아 정부 및 경제 분야 고위직 10명을 인터뷰해 이들 사이에서 전쟁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나라를 수년간 퇴보시킬 치명적 실수” “이미 진 전쟁”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블룸버그는 크렘린 내부 인사들 사이에서 푸틴의 전쟁이 경제를 마비시키고 러시아를 수년간 국제적으로 고립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 고위 관료들이 서방 제재가 러시아 경제에 파괴적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을 설득하려 했지만, 푸틴 대통령이 서방이 전쟁 이외에 다른 선택지를 남겨두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치권력의 최고위층은 여전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주장을 지지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대중적 지지’와 ‘인기’를 정치적 자산으로 삼고 있다는 점도 고위층의 개입으로 현실을 바꾸기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ㅣ경향신문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