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녀부터 본인까지, 많아도 너무 많은 정호영의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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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2-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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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받는 의혹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자녀의 입시·병역 비리 의혹부터 업무추진비 과다 사용 등 본인에 대한 의혹까지. 정호영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을 정리했다.


윤석열 정부의 첫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호영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본인은 물론 그의 자녀에 대한 의혹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윤석열 당선자와 정호영 후보자가 ‘40년 지기’ 친구이기 때문에 형식적인 검증만 거쳤던 게 아니냐는 비판마저 나온다.


논란이 계속되자 4월19일 배현진 인수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40년 지기라는 표현은 잘못 알려진, 잘못된 사실”이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두 사람이 서울과 대구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고, 검사와 의사로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활동했다는 게 그 근거였다.


하지만 대선 직후인 3월10일 〈영남일보〉와 인터뷰하면서 정호영 후보자는 스스로 윤 당선자와의 관계에 대해 “40년을 한결같은 친구”라고 밝혔다. 정 후보자는 또한 “어릴 적부터 식사라도 할 때면 늘 먼저 계산을 하려 했다. (초임 검사 시절) 공무원 봉급을 받아가면서도 주변에는 아낌없이 베풀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부실 검증 논란은 제쳐놓더라도 현재 정호영 후보자가 받는 의혹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①자녀 관련 의혹



첫 번째 의혹은 자녀 입시에 ‘아빠 찬스’ 혜택이 있었는지 여부다. 정호영 후보자가 경북대병원 요직에서 근무하던 기간에 그의 두 자녀가 모두 경북대 의대로 편입했기 때문이다. 2017년에는 딸(당시 정 후보자는 부원장급인 진료처장), 2018년에는 아들(당시 정 후보자는 병원장)이 각각 경북대 의대로 편입했다. 정 후보자는 4월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입시 전형에 참여하는) 평가자는 윤리 서약을 하고 임의 배정해야 한다. 또 자기소개서에 부모의 이름과 직장을 기재할 수 없고 위반 시 불이익을 받는다”라고 해명했지만, 여전히 석연치 않은 지점이 있다.


당시 편입학은 서류-면접-구술을 거치는 3단계로 이루어졌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 김원이 의원실이 제공한 당시 편입학 심사 자료에 따르면, 2017년 편입한 딸의 경우 각 전형에 참여한 심사위원이 총 14명이었다. 이 중 3명이 정호영 당시 진료처장과 함께 논문을 썼던 사이였다. 2018년 편입한 아들의 경우, 평가에 참여한 심사위원 16명 중 2명이 정호영 당시 병원장과 함께 논문을 썼다. 공교롭게도 이들 모두 다른 심사위원들에 비해 최고점을 주었다. 당시 상황을 묻기 위해 해당 교수들을 접촉했지만, 모두 연락이 닿지 않았다.


심사위원들이 전형 과정 중에 해당 지원자가 정 후보자의 자녀라는 사실을 인지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당시 후보자의 자녀들과 함께 경북의대를 다녔던 한 의사는 〈시사IN〉에 “새 학기 3월부터 누가 병원장의 아들이고 딸이라는 건 모두 알고 있었다. 의대에서는 이 사람이 소위 빽이 있는 ‘로열’인지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모를 수가 없다. 예를 들어 나중에 레지던트들이 지원하는 전공을 적어낼 때에도, 로열인 사람이 지망하는 과는 알아서 피해야 한다. 그 사람과 붙어봐야 어차피 내가 떨어지니까”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정 후보자의 아들 정○○씨가 편입할 때 학교 안에서도 뒷말이 많았다고 기억했다. “의대 편입은 전적대(이전에 다녔던 대학교)를 굉장히 따진다. 사실상 지방대학으로는 포항공대나 카이스트가 마지노선인데, 그해 편입한 사람 중 정○○만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다들 의아해하는 분위기였다.”


정 후보자의 자녀와 관련된 두 번째 의혹은 아들 정○○씨가 의대 편입 당시 제출했던 논문의 정당성 여부다. 정씨가 편입 전형 당시 학교에 제출한 자기소개서 서류에 따르면, 그는 2015년 8월1일부터 2016년 4월1일까지 3저자로, 2015년 8월1일부터 2016년 8월1일까지 4저자로 각각 논문 작성에 참여했다. 두 논문은 모두 〈대한전자공학회 논문지〉라는 학술지에 등재됐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두 논문 모두 다른 논문을 표절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점이다. 정○○씨가 최초로 논문 저자로서 이름을 올린, 2016년 4월에 등재된 논문 ‘사물인터넷 헬스케어 서비스를 위한 oneM2M 기반 ISO/IEEE 11073 DIM 전송 구조 설계 및 구현’의 내용은 약 1년 전인 2015년 6월 경북대학교 전자공학부에서 재학 중이던 유학생 아무개씨가 제출한 석사 논문 ‘Design and Implementa- tion of IEEE 11073 DIM/Service Model using CoAP for Internet of Things’와 매우 유사하다. 정○○씨가 공저자로 참여한 논문에 사용된 그림과 표는 모두 아무개씨의 석사 논문에서 그대로 찾아볼 수 있다. 정씨가 공저자로 올라간 해당 논문에는 해당 유학생 아무개씨의 이름이 보이지 않고, 참고문헌에도 아무개씨의 논문은 등장하지 않는다.


정씨가 두 번째로 참여한, 2016년 8월에 등재된 논문 ‘사물인터넷 환경에서 CoAP 기반의 신뢰성 있는 이동성 관리 방법’에 사용된 그림 역시 마찬가지다. 이 그림들은 해당 논문의 1저자로 참여한 사람이 과거 박사 논문으로 제출했던 ‘CoAP-based Mobility Management for Internet of Things’에서 모두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역시 출처 표기를 하지 않았다.


문제는 표절만이 아니다. 정○○씨는 해당 논문을 작성할 때 ‘수요연계형 데일리 헬스케어(Daily healthcare) 실증단지 조성 사업’에서 ‘학생 연구원’을 맡은 신분이었다. 민주당 강선우 의원실이 해당 연구사업을 진행했던 한국지능사회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서류에 따르면, 사업이 진행된 9개월 중 3개월을 참여한 정○○씨의 연구 참여도는 30%에 불과했다. 편입 전형 당시 정씨가 자기소개서에 “프로젝트 초반부터 그 과정에 직접 참여하게 되었다” “선배들이 놀랄 만한 새로운 아이디어도 제안하기도 하고, 최신 논문도 번역하면서 연구실의 심부름꾼이 아닌, 한 사람의 연구원으로서 당당히 연구에 참여했고 결국 두 편의 논문에 연구자로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라고 적은 것과는 다소 상반되는 수치다.


당시 사업단장이자 해당 논문의 지도교수였던 박종태 경북대학교 명예교수는 4월17일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일을 한 건 사실이지만, 그 학생이 낸 아이디어는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박 교수는 이 과정에서 특혜는 없었으며 정○○씨가 3~4저자로 이름을 올릴 만한 역할을 했을 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당시 사업에 참여한 사람 중 논문에 이름을 올린 학부생은 정씨가 유일했다. 해당 사업은 경북대병원이 주요 의료기관 파트너로 참여한 프로젝트이며, 그 기간에 정호영 후보자는 부원장급인 진료처장 직위에 근무하고 있었다. 〈시사IN〉은 박종태 교수의 반론을 듣고자 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정호영 후보자의 자녀와 관련된 마지막 의혹은 아들 정○○씨의 병역 비리 여부다. 2010년 11월 첫 병역판정검사에서 2급으로 현역 판정을 받았던 정씨는 2013년 10월 디스크로 진단받았다. 당시 진료 차트에는 정씨가 ‘서 있을 때만 좀 아픈 정도’라고 진술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후 2015년 10월 발급받은 병사용 진단서에는 정씨가 ‘왼쪽 다리가 당기고 아프다’고 진술하며 진단검사에서 다리를 30도만 들어 올려도 통증을 느꼈다고 적혀 있다. 해당 진단서를 들고 병무청에 간 정씨는 다시 MRI와 CT 검사를 받은 뒤 4급 판정을 받아 대구지방법원에서 공익요원으로 근무했다.


문제는 4급 판정을 받을 정도로 통증이 심하던 2015년 하반기 당시, 정○○씨는 19학점을 들으며 동시에 학생 연구원으로서 매주 40시간씩 연구 활동을 하면서 논문을 작성하는 데 참여했다는 점이다. 또 그는 2015년 1월부터 2016년 7월 사이 85시간 동안 경북대병원에서 환자 휠체어를 밀어주는 등의 봉사활동도 했다. 해당 봉사활동 경력도 편입 과정 당시 서류 전형에 반영됐다.


논란이 지속되자 정○○씨는 4월20~21일 다시 병원에서 재검증을 받았다. 검사 결과 정씨는 2015년과 동일한 진단을 받았다. 신경외과 진단서에는 “(재검을 받았던) 2015년 10월27일 사진상 당시 통증이 심하였다면 약물치료, 물리치료 등의 보존적 치료와 함께 치료 경과 관찰이 필요했었을 것으로 추정됨”이라는 신경외과 전문의의 소견이 적혀 있다. 그러나 정씨가 최근 5년간 쓴 병원비는 15만원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정호영 후보자는 “(아들이) 2013년도 초진을 받을 당시 약을 먹고 속쓰림이 있어 응급 위내시경 검사를 한 뒤 투약을 중단했다. 척추질환은 완치가 어렵기 때문에 증상이 심해질 때는 진통제를 먹으며 대처했다”라고 해명했다.

②후보자 관련 의혹



정호영 후보자 본인에 대한 비판 지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업무추진비를 과다하게 쓰고 법인카드를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는 점이다. 특히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 병원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8년에는 업무추진비로 1277만3500원을 썼는데, 이는 그해 전국 10개 국립대병원 병원장이 사용한 업무추진비 중 가장 높은 액수다. 또 정 후보자는 대구에서 코로나19 환자가 폭증하던 2020년 2~3월에도 법인카드 사용금지 시간인 오후 11시~오전 5시 식당에서 법인카드로 수십만 원씩 결제하기도 했다.


두 번째 비판 지점은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에서 직책을 맡으며 동시에 다른 기관에서도 겸직을 했다는 점이다. 그는 2017년 경북대병원 진료처장으로 근무하면서 경북대 총장과 경북대병원 병원장의 허가를 받지 않고 무단으로 새마을금고 이사장 직위를 겸직해 종합감사에서 경고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또 2년5개월 동안 직무 연관성이 낮은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이사로 재직하면서 매달 약 100만원의 수당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정 후보자는 직접 경작하지 않은 농지 5250㎡(약 1558평)를 소유하고 있어서 ‘경자유전’ 원칙을 위배한 농지법 위반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 후보자는 “문중 토지를 어쩔 수 없이 상속받으면서 빚어진 불찰”이라며 문제가 될 경우 토지를 팔겠다고 밝혔다.|시사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