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LF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 다수당 지위 잃은 레바논 정계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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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2-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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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총리 구성→30년 만에 의회 의장 교체→10월 대선 '추가 변화 불가피'


레바논에서 정당이자 이슬람 시아파 무장단체로서 상당한 정치적 권력을 누려온 헤즈볼라가 지난 15일 치러진 총선거에서 다수당 지위를 상실했다.


1943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이래 지속된 정파간 반목 속 레바논 정계에 또다시 치열한 정치투쟁 시기가 펼쳐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 2019년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초선 개혁파 다수가 의회에 입성한 점에 주목, 레바논의 변화를 이끌 것이란 긍정적인 관측도 제기된다.

카타르 소재 중동 유력매체 알자지라에 따르면 레바논 내무부가 17일(현지시간) 총선 투표 결과를 발표한 결과 친(親) 헤즈볼라 진영은 전체 128석 중 58석을 확보하는 데 그쳐 과반(65석) 점유에 실패했다.


헤즈볼라 진영 대표 정당인 자유애국당(FPM)은 18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진영 보폭을 넓혀도 헤즈볼라계가 차지한 의석은 61석에 그친다. 직전 의회에서 헤즈볼라 진영은 71석으로 다수당 지위를 누려왔다.


헤즈볼라는 1980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남부 점령에 맞서기 위해 창설된 무장 정파로, 시리아와 이라크, 예멘 무장단체들과 함께 이란의 지원을 받으며 성장해왔다. 1975~1990년 내전 이후 난립한 레바논 정파 중 유일하게 국군보다 강력한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의 지원을 받는 '라이벌' 레바논군(LF)은 이번 총선 결과 20석을 확보하는 등 헤즈볼라와 적대하는 진영이 전체 47석을 확보했다. 이들 진영 직전 의회 56석과 비교하면 절대 의석 수는 잃었지만, 상대적인 격차가 줄어 세력 대결은 더 팽팽해진 셈이 됐다.

이번 선거 결과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개혁을 갈망하는 반기득권 세력이 22석을 차지한 점이다. 직전 의회에서는 1석의 미미한 존재감을 보였던 점을 감안하면, 그 자체로 신선한 변화다.


변수는 직전 선거 이듬해 레바논을 휩쓴 2019년 반정부 시위다. 당시 시위를 이끈 지도자 중 최소 13명이 무소속으로 당선했다. 이 중 12명은 초선이다.


이로써 기존 레바논 정계의 양대 세력은 어떤 식으로든 개혁파와의 협력과 갈등이 불가피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한 이번 128명 당선자 중 여성 의원은 8명에 그쳤다고 AFP는 전했다.이번 총선은 레바논이 사상 최악의 경제위기를 겪는 가운데 치러졌다. 레바논은 현재 660만 인구 4분의 3이 빈곤 속에 살고 있다. 이번 선거는 특히 심각한 부정부패의 상징적 사건인 2020년 베이루트 항구 폭발 사고 이후 맞은 첫 '심판'이기도 하다.


새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지원 협상 재개 및 경제·구조 개혁이라는 중책을 맡게 된다. 이를 위해 의회는 차기 총리 임명과 새 정부를 구성하는 한편, 1992년부터 의장을 역임해온 나비 베리 의장의 후임 선출과 오는 10월 대통령 선거도 치러야 한다.


레바논은 관례상 Δ대통령은 마론파 기독교인 Δ총리는 수니파 무슬림 Δ국회의장은 시아파 무슬림이 맡는 형태로 종교 공동체가 권력을 삼분해왔다.


앞으로 레바논 정계가 맞닥뜨릴 변화와 관련해서도 관측이 엇갈린다.


AFP 통신은 "이제 헤즈볼라의 반대편에선 전 군벌 사미르 게이지의 기독교 레바논군이 팽팽하게 맞설 것"이라며 "레바논 정계가 다시 긴박한 정치투쟁의 시기를 맞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관측했다.


레반트 전략문제연구소 애널리스트 사미 네이더는 "헤즈볼라가 상징적 손실을 입긴 했지만 이것이 레바논의 변화를 위한 발판이 될 것인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반면, 레바논 주재 유엔 특사는 "이번 선거 투표율이 41%에 그치긴 했지만, 레바논의 시민 참여를 보여주는 중요한 표현으로, 제도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