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냄새난다고 놀림당했는데 감격”…뉴욕 ‘김치의 날’ 만든 한국계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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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2-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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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주가 올해부터 매년 11월 22일을 ‘김치의 날’로 기념하게 됐다. 이는 뉴욕주 5선 하원의원인 한국계 론 킴 의원의 주도로 추진된 것이다.


24일(현지 시각) 뉴욕 주의회는 이날 회의에서 김치의 날 제정을 위한 결의안 통과 사실을 공표했다.


김치의 날은 김치의 가치와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제정된 법정 기념일로,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주·버지니아주에 이어 뉴욕주에서 3번째로 결의안이 통과됐다.


해당 결의안을 주도한 킴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미국과 뉴욕주의 각종 식당 메뉴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김치와 김치가 들어간 음식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인기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며 “한국계가 아닌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김치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것은 다양한 문화 수용의 긍정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킴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미국에서 겪었던 인종차별을 떠올렸다. 7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간 킴 의원은 “어릴 때는 학교에 김치를 가져가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었다”며 “냄새가 난다며 놀림을 당했고, 창피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한국계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 그는 “정치인으로 10년을 일하면서 뉴욕 유권자들은 모두 내가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김’이라는 성도 한국 성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름만 봐도 내가 한국계라는 사실을 안다”고 했다.


킴 의원은 김치의 날 제정이 한인 3세 등 어린 한국계 미국인들의 정체성 지키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럴 때일수록 내가 한국계라는 뿌리와 문화를 잊기 쉽지만,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치의 날 제정을 주도한 것이 중국계 등 지역구 내 다른 국가 출신 유권자들에게 불만을 사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킴 의원은 고개를 저었다고 한다. 현재 그의 지역구인 뉴욕주 플러싱에는 한국계 유권자가 10% 정도로, 중국계 유권자보다 적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한국계와 중국계 등 아시아 출신 미국인들은 인종차별과 공격의 대상이 됐다”며 “김치의 날은 한국계뿐 아니라 모든 아시아인의 자긍심을 높일 것”이라고 했다.


한편 2012년 한국계 최초로 뉴욕주 하원의원이 된 킴 의원은 코로나 대유행 기간 미국 전역에 이름을 떨쳤다.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 주지사가 요양원의 사망자 수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밝혀내는 도중 킴 의원이 쿠오모 전 주지사의 협박 전화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는 이 사실을 폭로한 뒤 쿠오모 전 주지사의 탄핵을 추진하면서 전국적 인물로 떠올랐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