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역전극` 김동연 단숨에 대권주자…`진땀승` 이재명 속내복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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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2-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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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권후보 성적표 눈길


6·1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막을 내리면서 여야 대권후보들의 성적표도 눈길을 끌었다.


여야 대선주자들이 대체로 이변 없이 당선증을 챙기면서 차기 대권가도를 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민주당 잠룡 가운데 하나인 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인은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를 상대로 극적인 승리를 일궈내면서 단숨에 체급을 높여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무엇보다 김 당선인이 최대 승부처인 경기도를 사수하면서 윤석열 정부에 대한 견제론의 불씨를 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에 대부분 지방권력을 내준 민주당 입장에선 값진 승리를 거둔 셈이다.


김 당선인은 2일 경기도 수원시 마라톤 빌딩에 있는 캠프 선거 상황실에서 "앞으로 민주당의 변화와 개혁을 위해서도, 그 씨앗으로도, 제가 맡은 바를 다하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도 10년이 넘는 세월을 와신상담한 끝에 '대권 잠룡'으로서 존재감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 2011년 8월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무산된 데 책임을 지고 시장직을 사퇴했다. 이후 2016년 20대 총선에서 '정치 1번지' 종로에 출마, 명예 회복에 나섰지만,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패했다. 3년 뒤인 2019년에는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전당대회에 출마했으나 당시 황교안 후보에게 무릎을 꿇었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는 청와대 대변인 출신 민주당 고민정 후보와 만나 접전 끝에 석패해 다시 체면을 구겼다.


그러나 1년 만인 지난해 재보선에서 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10%포인트 넘는 격차로 따돌리면서 재기에 성공했다. 이번 지선에서도 민주당 대표 출신 송영길 후보를 여유있게 따돌리며 '최초 4선 서울시장' 고지에 올랐다. 이로써 오 시장은 여권의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서 탄탄한 입지를 다지게 됐다. 무엇보다 작년 4·7 재·보궐선거에 이어 이번에도 압승을 거두며 수도권 승리의 구심점 역할을 해냈다는 평가다.

국회의원 보궐선거 성남 분당갑에서 '3선 깃발'을 꽂고 5년 만에 여의도에 재입성한 안철수 당선인도 정치적으로 재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안 당선인은 민주당의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의 정치적 고향인 성남에서 재기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하고 있다.


안 당선인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선정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했으나 국민의힘 내에서는 존재감이 미미했다. 그러나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으로 국민의힘 타이틀을 달고 지선에 출마한 안 후보는 경기 성남분당갑의 대승으로 '굴러온 돌'이라는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됐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김은혜 경기지사 후보를 비롯한 다른 수도권 후보들을 전폭지원하는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해내면서 차기 대선을 도모할 수 있는 비판을 축적하고 당내 입지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 당선인의 다음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그는 지난달 26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방선거 이후 당권 도전 가능성에 대해 "그때(전당대회 때) 가서 결정할 문제"라고 말한 바 있다. 이를 두고 당권 도전을 기정사실로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다만 안 당선인과 과거의 악연으로 인해 사이가 좋지 않다고 알려진 이준석 대표의 임기가 내년 6월까지라, 향후 1년간 당내 우군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대선에 이어 지선까지 승기를 이어온 이 대표가 당권에 재도전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경남도지사에 이어 다시 자치단체장을 하게 된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도 여전히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 중 한 명이다. 당내에서는 국회의원부터 당대표, 광역자치단체장까지 굵직한 커리어를 쌓아온 홍 당선인이 현 정부 중반 이후 다시 존재감을 드러내며 대권행보에 시동을 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홍 당선인은 지난 2018년 지선에서 대패하며 당 대표에서 곧장 물러나는 등 부침을 겪었지만, 이번 대선에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하면서 호감형 정치인으로 급부상했다. 그는 지난 대선 경선 당시 '당심'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뒤졌지만 '민심'에서는 앞서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여의도 '1선'의 커리어를 쌓게 된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의 속내는 복잡하다. 선대위 총사령관으로서 민주당이 참패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아든 만큼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 자신의 지역구에서 '무명의 선수'를 상대로 간신히 승리한 탓에 대선후보라는 정치적 위상에 생채기를 냈다.


다만 선거 참패에 따른 위기를 수습할 당내 구심력이 부재한 상황인 만큼 이 위원장이 여의도 입성을 교두보 삼아 원내 세력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명분은 자신이 지사를 지냈던 경기지역에서 거둔 김동연 당선인의 극적 승리다. 이에 따라 이 위원장은 오는 8월 예정된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권 장악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 과정에서 친문(친문재인)계 등 반이재명 세력과 충돌하면서 당권을 둘러싼 내홍이 극심해질 수 있따는 우려가 나온다.

|디지털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