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예고된 경제 위기에도 말 뿐인 尹대통령…'특단의 조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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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2-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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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고유가‧고금리 3중고에 "최악의 스태그플레이션" 전망

尹정부 '경제 드림팀' 자찬 속 "백약이 무효" 평가 나오는 이유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취하겠다."


14일 윤석열 대통령은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최근의 물가 상승과 주가 폭락 등 경제 위기 상황과 관련한 정부의 적극 개입 의사를 밝힌 대목이다. 물가는 뛰는데 경기는 침체되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까지 가시화하자 선제 조치에 나서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시장의 전망은 밝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가 함께 휘청거리고 있어서다. 윤 정부가 내놓을 '특단의 대책'이 현재의 세계적 경제 위기에 통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다. 재계 일각에선 "뾰족한 수를 내놓기엔 이미 늦었다"는 자조도 나온다. 윤 정부의 경제 정책에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한 번에 쏟아지고 있다.



빨간 불 마주한 한국 경제에 '비상등' 켠 尹정부


출범 한 달여 만에 경제위기를 맞은 윤 정부는 최근의 경기 흐름을 '비상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 경제 정책의 컨트롤타워격인 기획재정부는 연일 긴급‧비상 대책회의를 갖고 총력대응 방침을 밝힌 상태다. 정부는 오는 16일 위기의 세계 경제에 대비하기 위한 경제정책의 구체적 청사진을 내놓기로 했다.


새 정부 5년 경제정책을 출범 한 달여 만에 내놓는 것은 빠른 수준이라는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동시에 세계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더 일찍 대비했어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확장 재정을 펼쳐온 이래 스태그플레이션 경고는 꾸준히 고개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미국발 인플레이션 충격과 국제유가 폭등을 언급하며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대책은 별로 없다.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가 딱히 없다는 게 문제"라고 경고했다.


윤 정부가 지난 한 달 동안 경제 위기 상황에 손 놓고 있었던 것만은 아니다. 윤 정부는 경제 관료 출신 한덕수 국무총리와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 등을 요직에 채우며 '경제 드림팀'이라는 자찬을 내놓았다. 이 같은 경제팀은 실물경제 타격을 줄이기 위해 소상공인 구제에 힘써왔으며, 지난달 30일엔 물가를 잡기 위한 '특단의 대책'도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이마저도 "유명무실하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인 해당 물가 대책은 식용유‧돼지고기 등 식품원료 7종에 관세를 면제하고 승용차 구입시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이미 무관세 수입 돼지고기가 전체 수입량의 90% 수준인데다, 자동차 반도체 수급난으로 출고 대기가 최장 1년까지 밀려있는 상태다. 정부조차 해당 정책이 물가상승률을 0.1%포인트 방어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추산을 내놓아, '면피용 대책'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스태그플레이션 공포에도 "쓸 카드가 없다"


이 때문에 야권에선 "윤 정부에 문제 해결 의지가 없다"고 꼬집는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부 출범 한 달이 넘도록 물가 대책 마련을 위한 고위 당정대 회의는 없었다. 윤 정부의 총체적 무능과 무책임을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은 총력을 다해달라는 원론적 구호만 외치고 정부는 습관화된 쥐어짜기로 고통스런 민생 현실을 방치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글로벌 경제와 함께 가는 물가 대책을 차치하고서라도, 윤 정부가 국내 전용 경제 이슈에까지 소극적 대처를 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화물연대 파업에 사실상 손을 놓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다. 화물연대 총파업은 한 달 전부터 예고된 데다 이날로 8일째 이어지고 있으나, 노‧정 간 공식적 대화 채널조차 끊긴 상황이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손실 규모는 1조6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윤 정부의 비상 대응에도 경제 위기가 확산한다면 정국에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 6‧1 지방선거 압승 이후 올랐으나 최근 다시 40%대로 떨어졌다. 경제 위기가 가속화한다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폭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도 최악의 인플레이션 충격파와 맞물려 현지 여론조사에서 취임 이래 최저치를 보이고 있다.


한편 한국은 물론 글로벌 경제는 최악의 물가 폭등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38개 회원국의 4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9.2%를 기록했으며, 한국도 5월 소비자 물가가 5.4%로 1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물가 상승세에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융 쇼크로 이어진 상태다. 전날 글로벌 증시는 '검은 월요일'을 보냈으며, 이날 코스피도 장중 2500선이 무너졌다. |시사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