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LF 도주 아프간 고관들 해외서 호화생활…국민들은 빈곤 ‘허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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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2-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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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칫돈’ 들고 헬기 도주 논란 가니 전 대통령 등

탈레반 진격에 도망간 고관들 호텔·빌라 풍족한 일상


탈레반 집권 이후 많은 아프간 사람들이 경제난에 고통을 겪고 있는 반면, 정작 카불 함락의 책임이 있는 전 정부의 일부 고위관료들은 해외에서 호화 생활을 즐기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지난해 8월 탈레반이 수도 카불로 진격하자 비밀리에 나몰라라 해외로 도주했던 아슈라프 가니 당시 대통령은 부인 등 가족과 함께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5성급 호텔 세인트 레지스 호텔에 몇 달간 머물다가 지금은 아랍에미리트 정부에서 마련해준 개인 빌라에서 살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정부는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가니 전 대통령은 탈레반에 카불이 함락됐던 지난해 8월15일 당시 헬기로 대통령궁을 탈출하면서 뭉칫돈을 챙겨 달아났다고 카불 주재 러시아 대사관 대변인이 주장했다. 당시 미국의 공화당 의원 제임스 코머와 글렌 그로스먼도 앤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가니 대통령이 엄청 많은 돈을 약탈해 달아나다 헬기에 다 실을 수 없어서 돈을 활주로에 버리고 가야 했다고 한다”며 답변을 요구했다. 가니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조사한 아프가니스탄 재건을 위한 미국 특별감사관은 지난주 임시 보고서에서 몇 천만 달러가 대통령궁과 국가안보부에서 사라진 것 같지만 돈의 행방에 대해선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많은 돈이 헬기에 실렸다는 주장엔 공간과 무게 제한 등을 이유로 의문을 제기했다.


가니 전 대통령의 안보보좌관이었던 함둘라 모히브는 야자나무가 줄지어 서 있는 매력적인 플로리다 해변에 있는 침실 네 개짜리 집에 살고 있다. 그의 부인은 미국인이며 그도 영국 시민권을 갖고 있다. 플로리다 집은 장모 소유이며, 그의 부인은 워싱턴에 조그마한 건물에 투자해 놓고 있다. 모히브는 “내 명의의 재산은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카불 함락 이후 온갖 루머에 시달리고 있지만 나는 정부에서 일해 재정적으로 손해를 본 사람이라고 항변했다.


재무장관이었던 에클릴 하키미와 그의 부인은 캘리포니아에 부동산을 적어도 열 개 이상 보유하고 있다. 그중에는 해변 호화주택가에 있는 수영장 달린 침실 다섯 개짜리 주택도 있는데 시가 250만달러(32억원)를 호가한다. 부동산 10건 모두의 시세를 합하면, 1000만달러(129억원)가 넘는다. 이들 부부는 올해 초 캘리포니아 해변가의 110만달러(14억원)짜리 콘도도 사들였다.


또 다른 재무장관이었던 칼리드 파옌다는 워싱턴에 100만달러(12억원)가 넘는 부동산 두 개를 소유하고 있다. 파옌다는 “집이 있다고 돈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라며 미국에 도착한 직후 돈이 없어 임시 우버 택시 운전자로 일했다고 말했다.


부통령이었던 압둘 라시드 도스툼은 터키에서 여생을 즐기고 있다. 터키 현지 언론은 트위터에 도스툼이 앙카라의 호화주택 단지의 집에서 손님을 맞는 사진을 올렸다. 도스툼이 언제 이 집을 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도스툼의 대변인은 언론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이밖에 두바이의 부동산 관련 자료에 따르면, 경제장관이었던 무스타파 마스투르가 두바이 마리나 개발단지에 콘도를 소유하고 있고, 전직 발크주지사 아타 모하마드 누르는 두바이 앞바다에 조성된 초호화 개발구역인 ‘더 팜’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