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LF 사우디의 '스포츠워싱'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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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2-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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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최근 주최한 새로운 골프대회인 리브(LIV)가 전형적인 ‘스포츠워싱(Sports Washing)’ 행사라는 비난에 휩싸였다. 스포츠워싱은 글자 그대로 대규모 스포츠 행사를 통해 국가 이미지를 ‘세탁(washing)’하는 전략을 뜻하는 말로, 특히 권위주의 정권들이 최근 자주 사용하고 있다.


지난 2월 개최된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중국 정부가 마지막 성화 봉송주자로 신장위구르자치구 출신 선수를 배치한 것을 비롯해 인권 논란에 휩싸여온 카타르가 올해 11월 월드컵을 개최하는 것도 모두 스포츠워싱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과거 2차대전을 일으킨 나치 독일의 히틀러가 1936년 베를린올림픽 개최로 스포츠워싱 전략을 세계 최초로 추진한 이래 수많은 독재정권들이 이 수법을 되풀이해왔다.


특히 사우디의 이번 LIV 골프가 더욱 스포츠워싱 논란에 휩싸인 것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 가능성에 대한 소식이 나온 전후로 추진된 행사였기 때문이다. 컷오프도 없애고 꼴찌를 한 선수에게도 1억원 이상의 상금을 주는 이번 행사는 수익성보다는 외교에 초점을 맞춘 행사로 분석된다.


사우디는 특히 지난 2018년 발생한 워싱턴포스트(WP)의 칼럼리스트, 자말 카슈끄지 살해 문제를 두고 미국과 관계가 틀어진 이후 스포츠워싱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단순히 국가 이미지 세탁뿐만 아니라 서방의 구단들에 대한 투자를 발표하면서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는 전략이란 평가다.


사우디의 실권자로 알려진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진두지휘하는 개혁 사업인 ‘사우디 비전 2030’의 주요 사업 중 하나도 스포츠 사업이다. 지난해 10월 PIF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구단인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인수한 것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이제 스포츠워싱으로 사우디가 내민 손을 미국이 확실히 잡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무엇보다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 정상화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을 가를 주요한 변수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사우디 주도로 중동의 주요 산유국들이 미국의 요청대로 대규모 증산에 나설 경우, 러시아의 가장 강력한 외교적 무기로 평가돼 온 ‘자원무기화’ 전략은 큰 타격을 받게 될 전망이다.


다만 그동안 인권을 주요 의제로 국제관계를 정립해 온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 민주당 입장에서 핵심 지지층이던 인권단체들의 반발은 뼈아픈 부분이다. 그러나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30%대까지 떨어진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면 물가상승 억제의 핵심인 유가를 잡아야 하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사우디가 인권과 유가를 두고 역사적인 대타협에 성공할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