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LF 바이든 순방에 푸틴은 이란 방문 ‘맞불’…중동서도 미-러 대치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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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2-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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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13~16일 이·팔·사우디 방문길 올라

푸틴 19일 테헤란 방문…전쟁 원조 논의설

“이란, 러시아에 드론 수백기 제공 계획”

우크라 전쟁 여파 중동 긴장 고조 가능성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첫 중동 순방길에 오르기 직전 러시아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이란 방문 계획을 발표해 맞불을 놨다. 러시아와 이란이 바짝 밀착하면서 미-러 대치 전선이 중동에서도 더욱 강화되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오는 19일 이란 수도 테헤란을 방문한다고 12일 밝혔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번 방문은 시리아 내전 해법을 모색하는 러시아-이란-튀르키예의 ‘아스타나 협의체’ 정상회의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각각 양자 회담도 한다.


푸틴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13~16일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자치지구, 사우디아라비아를 순방한 직후 이란을 방문하게 된다. 방문 대상과 시점, 주변 상황을 종합하면 바이든 대통령의 순방에 대한 대응 성격이 짙어 보인다.


대체로 우호적 관계이던 러시아와 이란은 두 국가 모두 미국한테 강력한 제재를 받으면서 밀착을 강화해왔다. 지난달 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후 처음으로 외국 방문에 나선 푸틴 대통령은 투르크메니스탄에서 라이시 대통령을 만나 “러시아와 이란의 관계는 진정으로 깊고, 전략적 성격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이 러시아와 중국이 이끄는 안보 협력체 상하이협력기구에 가입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미국은 푸틴 대통령이 이란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을 위한 무기 등 자원 확보를 모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란이 러시아에 드론 수백 기를 제공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했으며, 이르면 이달 말부터 러시아군에 드론 사용법을 전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공격용 드론 기술이 발달한 것으로 알려진 이란이 러시아에 드론을 대량 공급하면 우크라이나 전쟁 판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나세르 카나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이 “일부 정밀 기술에 대한 러시아와의 협력은 우크라이나 전쟁 전부터 진행됐다”며 설리번 보좌관의 발표 내용을 부인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뉴욕 타임스>는 러시아가 이란을 무역 통로로 이용하거나, 장기간 제재를 받아온 이란에서 회피 기술을 습득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란으로서도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방문으로 압박 수위가 올라갈 것으로 판단해 러시아와의 연대를 과시하며 활로를 찾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순방 목적은 △이스라엘과의 유대 강화 △사우디에 대한 석유 증산 타진 △이란 견제 논의로 요약된다. 이들 중 이란에 대한 견제 강화는 이스라엘과 사우디가 가장 강조하는 대목이다. 팔레스타인 문제로 수십년간 소원하던 두 나라는 이란의 핵개발 가능성이라는 공동의 위협 앞에 단결하고 있다. 양국은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 핵협정을 되살리려는 것에 반대하며 더 강한 압박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가 이날 시리아 북부에서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고위 지도자 마헤르 알아갈을 드론으로 사살했다고 밝힌 것도 공교롭게 보이지 않는다. 시리아는 중동의 대표적 친러 국가로, 이번 공격은 이슬람국가가 표적이긴 해도 바이든 대통령 및 푸틴 대통령의 중동 방문과 관련한 메시지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순방을 통해 미국이 그동안 유럽이나 아시아에 비해 소홀했다는 말을 들어온 중동에 대한 영향력 회복을 노리고 있다. 중동의 핵심 동맹이지만 대러 압박에 동참하지 않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태도 변화도 바라지만 성과가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에는 두 적대적 강국인 러시아와 이란의 본격적 밀착이라는 숙제가 추가됐다.|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