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LF 왜 사우디는 한국을 문화교류 파트너로 선정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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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2-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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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데르 빈 압둘라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왕자 겸 문화부 장관 인터뷰


요즘 세계에서 가장 핫한 나라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사우디아라비아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총 650조원을 들여 새롭게 창조한다는 메가시티 ‘네옴(NEOM City)’을 비롯, 오는 2030년까지 무려 1550조원을 투입해 사우디의 문화역량을 한껏 끌어올린다는 ‘비전2030’까지, 마르지 않는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최근 지구촌 전체가 고유가와 인플레이션으로 휘청하지만 사우디는 오히려 더 많은 돈을 벌면서 종횡무진 중이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6월 사우디의 문화산업을 총괄하는 바데르 빈 압둘라 빈 파르한 알 사우드 (BadBin Abdullah Bin Farhan Al Saud) 왕자 겸 문화부 장관이 우리나라에 방한해서 바쁜 일정을 마치고 돌아갔다.


그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측근으로, 2017년 미국 뉴욕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살바토르 문디'(구세주)가 세계 예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인 4억5천30만달러(약 6000억원)에 낙찰됐을 때 작품의 대리 구매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번 방한은 사우디가 한국을 문화교류의 중요한 파트너로 선정하면서 양국간 문호 협력을 증진시키고 이를 논의하기 위해 기획됐다. 그 과정에서 그는 우리나라 정부기관뿐 아니라 SM, CJ E&M 등 엔터테인먼트 기업들도 만났다.


저 멀리 중동의 한복판에 있는 사우디는 왜 우리나라를 문화교류의 중요한 파트너로 선정했을까. 우리니라의 어떠한 점이 사우디 입장에서 매력적이었고,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기꺼이 손을 내밀어 양국간 문화발전을 도모하게끔 만들었을까? 바데르 장관에게 그 이유를 직접 들었다.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됐다.


▲ 이번 방문의 주된 목적은 무엇이었나? 그리고 어떠한 결과물 및 성과를 기대했나?


사우디는 장기적으로 두 국가의 협력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사우디-한국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고, 문화교류를 증진시키기 위해 공공 및 민간부문에서 전략적 프로젝트들을 수립하고자 한다.


다양한 논의를 통해 앞으로 사우디와 한국이 문화적으로 함께 협력할 수 있는 분야와 기회가 많은 것을 알게 되었으며, 이를 토대로 양국에서 진행할 수 있는 잠재적인 프로젝트들에 대한 세부사항들을 계획할 예정이다.


이번 방문을 통해 모색된 협업 기회들을 바탕으로, 다양한 전문분야에서 종사하고 있는 사우디 크리에이터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들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사우디 대중들에게도 질적인 문화 옵션을 제공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영화 및 TV 시리즈의 공동제작, 영화제 및 스크리닝 행사, 문화 분야의 인공지능 및 기술 교환, 그리고 문화 인프라 개발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상호 교류를 강화시키며, 사우디 비전 2030의 목표를 달성해 나가기를 바라고 있다.


▲ 이번 방한에 SM엔터테인먼트, CJ E&M 등 한국 엔터테인먼트 기업과의 만남을 추진한 이유는?


사우디 문화부의 비전은 사우디의 예술과 문화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성장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사우디 문화부는 모든 문화 측면을 관할하는 11개의 분야별 문화 위원회를 설립한 바 있다. 사우디의 이러한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사우디 문화부는 한국 문체부 및 민간 부문과의 전략적 제휴가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다.


CJ E&M과의 미팅에서는 영화, 음악, 문화 행사와 같은 문화 분야에서의 협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는 음악, 요리, 연극, 유산, 영화,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우디와 한국 문화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문화센터와 영화, 음악 활동을 담은 문화 프로젝트들에 대한 내용을 함께 내포하고 있어 양국의 문화 협력을 증진시키는데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다.


이어 SM엔터테인먼트와의 미팅은 음악, 트레이닝 교육, 음악 행사 및 축제 계획, 공동 제작 등 여러 문화 분야에서 협력을 활성화시키는 방법을 논의했다.


▲ 사우디에서는 왜 한국을 주요 문화교류 국가로 선정했나?


우리는 문화 자체를 포용하고 존중할 줄 아는 국가들과 끈끈하고 오래 지속되는 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세계적으로 문화 선구자 역할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은 독특하고 풍부한 문화를 지니고 있기에 앞으로 함께 요리, 영화, 음악, 유산 등을 포함한 다양한 문화 분야에 걸쳐 협력하기를 기대한다.


또한, 올해는 양국의 수교 60주년을 맞는 해다. 사우디는 한국의 중동 최대 교역국이자 한국 건설사들의 최대 시장이기도 하다. 당국은 '사우디 비전 2030'을 이루는 데 있어 한국이 동참하는 것에 높은 기대를 걸고 있을 뿐 아니라 양국이 협력함으로써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사우디는 지난 60년 동안 한국과 상호 호혜적인 관계를 맺어온 만큼, 당국은 한국이 문화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훌륭한 파트너라고 믿고 있다. 또한, 한국은 음악, 영화, 유산, 그리고 요리 등 다양한 문화 분야에서 한국만의 창의성과 독특함을 증명하고 있다.


▲ 한국 음악/영화의 어떠한 부분이 사우디인에게 어필이 된다고 생각하나?


사우디 사람들은 음악을 즐길 줄 알고 모든 음악 장르에 열려 있으며, 한국 음악은 세계 음악 시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장르 중 하나다. 또한, 사우디 젊은이들은 세계적인 영화와 스트리밍 콘텐츠에 잘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좋은 안목을 가지고 있다.


한국 드라마는 높은 완성도를 자랑할 뿐만 아니라 독특한 소재와 창의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사우디에서 많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사우디 인구의 약 60%가 35세 이하이며, 그들은 세계 스트리밍 콘텐츠 시장에서 가장 주요한 소비층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 드라마의 인기는 콘텐츠의 우수함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우디 비전 2030' 선포 이후 한국 유명 가수들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실력 있는 뮤지션들이 사우디를 방문하고 있으며, 이러한 문화 교류는 활기찬 사회, 번영하는 경제, 야심찬 국가로 자리매김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들이라고 생각한다.


▲한국만 보더라도 K-팝, K-아트, K-영화, K-드라마, K-패션 등 다양한 문화요소가 있다. 사우디는 한국의 문화산업 중 어떠한 부분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


사우디와 한국은 향후 10년 동안 양국의 문화 행사, 양자 투자, 교류 프로그램, 인재 양성 등의 다양한 부분에서 협력할 것이다. 점점 더 많은 인재가 찾아 오는 문화 현장에서 최근 한국이 이룬 세계적인 문화적 성과에 대한 통찰력 있는 토론을 진행할 것이다.


현재 사우디 문화부는 문화산업 전반을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기 때문에 특정 분야에 국한되기보다는 음악, 영화, 요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가능성을 열어두고자 한다.


▲ 사우디는 한국 문화산업에 투자할 의향이 있나?


현재 2.9% 수준인 사우디 내 문화 및 엔터테인먼트 활동 총 가계지출을 6%로 늘리고자 하는 사우디 비전 2030 목표를 고려했을 때 향후 한국과 사우디의 양국 간 문화 분야에 있어 큰 협력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과 긴밀한 논의를 통해 협력할 수 있는 문화 분야가 다양하다고 생각하며, 이번 방문에서 이를 체감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계속 협력 및 교류 활동을 증진시키기 위해 다양한 공공 및 민간 단체들과 지속적인 대화를 진행하고자 한다.


또한, 지난 몇 년 동안 한국 문화에 관심을 보이는 사우디인들이 많아지면서 리야드에 2개의 한국어학당이 설립됐다. 두 나라 사이의 이러한 상호적인 관심은 앞으로 펼칠 다양한 협력 기회와 노력에 대해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 대부분의 한국인들의 경우, 사우디의 문화나 유산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사우디 문화의 어떠한 부분을 한국인들에게 소개하고 교류하고 싶은가?


3400만 명이 넘는 인구를 가진 사우디에는 고유의 전통, 유산, 그리고 문화적 정체성을 지닌 13개의 지역이 있다. 사우디 왕국은 민족의 다양성을 기반으로 한 풍부한 문화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사우디의 문화적 정체성의 기초를 형성하고 있다.


사우디 사람들은 그들의 특성에 영향을 받은 여러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며, 이에 따라 사우디 왕국의 고대 관습과 전통을 보존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가치는 관대함, 용기, 환대, 그리고 강력한 가족간의 관계 유지 등을 포함한다.


사우디 예술가들은 그들이 세계와 공유하고자 하는 예술작품을 통해 그들의 창의성을 표현한다. 많은 사우디의 작가들은 그들의 시나 소설을 통해 사우디 왕국 전 지역에 걸친 풍부한 문화 유산을 묘사하며, 역사가들은 박물관에서 각 지역의 유산과 유물을 보존하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



▲ 추가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 방문은 두 나라 사이의 강한 문화적 유대를 위한 시작점일 뿐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다음 단계는 협약을 실행하기 위해 팀을 구성하는 것이며 빠른 시일 내에 문화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란다.


사우디의 문화적 풍요로움을 비롯하여, 한국이 음악, 영화, 음식, 그리고 건축물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이뤄온 성공적인 행적들은 봤을 때 양국이 앞으로 이루고자 하는 성공적인 결과물에 대한 강한 믿음이 생긴다.


또한, 양국은 모두 뿌리 깊은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기에, 사우디와 한국 유산들을 선보일 수 있는 다양한 문화 프로젝트들을 실행시킬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는 한국과 사우디 양국 모두에게 상호 이익과 가치를 가져줄 것이다.|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