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LF 오일머니의 부활…돈줄 마른 서방 펀드 긴급 S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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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2-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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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신음' 서방 각국 중앙은행 고강도 긴축

우크라발 석유·가스 급등…막대한 부 쌓은 중동

카타르 대규모 LNG 투자…서방 정유사 잇단 관심

사우디 PIF, 日닌텐도 투자…애스턴마틴 지분 협상

중동 오일머니가 다시 한번 전성기를 맞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을 밀어올리면서 중동 국가들은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다. 반면 서방은 수십년만에 치솟은 물가에 각국 중앙은행 강력한 긴축에 돌입하며 돈줄이 말라가고 있다. 이에 전세계 펀드 매니저들이 중동에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서방과 중동에 정반대의 영향을 주면서 세계 금융시장 자금 흐름도 뒤바꾸고 있는 것이다.


◆"오일머니, 자석처럼 끌어당겨"=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중동 오일 머니가 자석처럼 세계 자산운용업계 펀드매니저들을 끌어당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두바이 소재 마젠타 캐피털 서비시스의 모하메드 압카미 이사는 "서방 펀드 관계자들이 올 여름 내내 찾아오고 있다"며 "전례가 없던 일"이라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의 국부펀드들은 현재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고 있다. 중동 국가들도 에너지로 쌓은 부를 투자할 곳을 적극적으로 물색하고 있다. 압카미 이사는 중동의 기관투자가들이 이미 해외 투자 자산을 30~50% 늘렸다고 말했다.


중동의 국부펀드들도 사모펀드, 인프라, 부동산 등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 최근 세계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대체투자시장에 눈길을 주고 있다. 압카미 이사는 중동 국부펀드들이 향후 수년간 민간 자산 투자를 30~50% 늘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동 국부펀들의 운용 자산 규모는 3조~4조달러에 달한다.


투자회사들은 자금줄을 좇아 중동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미국 헤지펀드 아폴로 캐피털 매니지먼트는 지난 2월 UAE 아부다비의 국부펀드 무바달라와 협업관계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프랭클린 템플턴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오피스 부지를 물색 중이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에 따르면 제니 존슨 프랭클린 템플턴 CEO는 자산운용 사업 확장을 위한 중요한 시장으로 사우디를 결정했다. 프랭클린 템플턴은 20년 전 중동에 진출, 두바이에 거점을 마련했으나 향후 리야드를 중요 거점으로 키울 계획이다. 프랭클린 템플턴의 운용 자산 규모는 1조5000억달러다.

◆머독 차남, 카타르에서 투자 유치= 밥 다이아몬드 전(前) 바클레이스 최고경영자(CEO)가 2013년 공동 설립한 투자회사 아틀라스 머천트 캐피털은 지난달 말 카타르 파이낸셜 센터(QFC)로부터 1억달러 투자금을 유치했다. QFC는 카타르 정부가 금융허브로의 도약을 꿈꾸며 설립한 정부 기관이다.


카타르는 지난 2월에는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의 차남인 제임스 머독이 인도에 설립한 미디어 벤처 회사에 최대 15억달러를 투자키로 합의했다.


카타르가 최근 눈에 띄는 투자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천연가스 가격 상승 덕분이다. 카타르는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국이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급 불균형 우려가 커지며 폭등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가스 가격 상승세에 기름을 부었다.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 조치에 대응해 유럽으로의 가스 공급을 줄였고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등 유럽 많은 국가들이 카타르와 LNG 구매 협상을 벌였다.


카타르의 대규모 LNG 투자는 신의 한 수가 됐다. 카타르는 지난해부터 290억달러를 투자해 신규 LNG 공장 6개를 짓는 공사에 착수했다. 완공되면 카타르의 연간 LNG 생산량은 60% 늘어 2027년이면 1억3000t에 이른다.


유럽 최대 정유회사인 영국의 셸은 지난 5일 카타르 국영 에너지 기업 카타르에너지와 합작벤처를 통해 290억달러 LNG 공장 건설 사업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셸은 카타르 LNG 사업의 지분 6.25%를 확보할 예정이다. 셸은 카타르 LNG 프로젝트의 5번째 글로벌 협력사이며 셸에 앞서 엑손모빌, 토탈, 에니, 코노코필립스가 참여를 선언했다. 서방의 내로라하는 정유사들이 모두 뛰어든 셈이다.


셸은 그동안 러시아의 사할린2 가스전에서 LNG를 확보했으나 최근 러시아의 사할린2 가스전 국유화 계획에 따라 더 이상 사할린2 가스전을 활용하기 어렵게 됐다. 카타르 LNG가 러시아 LNG를 대체할 것으로 전망된다. 모건스탠리는 유럽이 러시아를 대체할 가스 공급처를 찾아나서면서 2030년까지 세계 LNG 소비가 60% 늘 수 있다고 예상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카타르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우디 닌텐도에 투자·애스턴 마틴과 협상= 유가 덕분에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급증한 중동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도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다. 사우디의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는 지난 5월 29억8000만달러를 투자해 일본 게임업체 닌텐도 지분 5%를 매입했다. PIF는 지난 2월에는 넥슨과 캡콤 지분을 5% 이상 보유 중이라고 밝히는 등 최근 게임업체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PIF는 이번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날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의장을 맡아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PIF는 사우디 석유ㆍ가스 사업 위주의 투자에서 벗어나 다양한 지역과 산업군으로 투자 다변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달 말 한 외신은 관계자를 인용해 PIF가 고급차 브랜드 애스턴 마틴과 지분 인수 협상 중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PIF가 이미 루시드 모터스와 맥라렌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애스턴 마틴에도 2억파운드 가량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관계자는 전했다.


블룸버그는 올해 초 PIF가 2025년까지 운용 자산을 두 배로 늘릴 계획이며 올해에만 상장 주식에 100억달러 이상 투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2011년 3분기(13.6%) 이후 가장 높은 9.6%를 기록했다. 석유 부문 국내총생산(GDP)이 20.4% 급증하며 1분기 경제성장을 이끌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사우디 경제성장률이 올해 7.6%를 달성해 GDP가 사상 처음으로 1조달러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은 유가와 가스 가격 상승으로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