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군기지 정화에 2339억원 쓰고 미군에 한 푼도 못 받은 정부

페이지 정보

작성일 22-07-19

본문

서울시 토지 오염 정화 비용

SOFA협정 따라 정부에 청구

미군 면죄부 된 환경조항에

정부, 구상권 청구 등 손 놔


정부가 반환 미군기지 정화 및 서울 용산 미군기지 주변 지역 환경정화에 지출한 비용이 약 23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화비용만 2339억원이 들었고 여기에 소송비용과 지연손해금 11억원이 더해진 액수다.


2000억원 넘는 돈이 투입되는 동안 미군이 한국 정부에 정화비용을 지불한 사례는 전무하다. 정부가 정화비용을 환수하기 위해 미군 측과 적극적으로 협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향신문이 18일 윤미향 무소속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보면 국방부는 2008년부터 2018년까지 반환받은 전국의 미군기지를 직접 정화하는 데 2157억원을, 주변 지역을 정화하는 데 89억원 등 2246억원을 지출했다.


이와 별개로 서울시는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군기지 주변 지하수 정화비용으로 약 93억원을 지출했다. 녹사평역 주변과 주한미군으로부터 반환받은 캠프킴 주변 지역의 오염 지하수를 정화하는 데 매년 평균 4억9000만원의 예산을 지출했다. 서울시는 국방부와 달리 용산 미군기지 바깥의 지하수만 정화작업을 할 수 있다.


서울시는 정부를 상대로 환경정화비용 환수 소송을 제기해 지출한 정화비용을 보상받고 있다. 대법원이 2009년 “주한미군 영내에서 검출된 등유와 녹사평역 부지에서 검출된 등유가 주한미군만이 사용하는 JP-8로 동일하다. 주한미군이 관리하는 유류저장시설에서 휘발유와 등유(JP-8)가 유출되어 원고(서울시) 소유의 토지를 오염시켰다”고 판결한 것이 계기가 됐다. 서울시가 법무부로부터 정화비용과 지연손해금, 소송비용을 포함해 2019년까지 환수한 금액은 104억원이다. 이에 따라 국방부의 정화비용, 서울시와의 소송을 통해 지급한 정화비용·지연손해금·소송비용을 합하면 정부가 지출한 비용은 총 235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더해 서울시는 2020년과 2021년 각각 지출한 환경정화비용 6억5000여만원, 6억8000여만원을 달라는 소송을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상태다.


서울시가 오염의 원인 제공자인 미군 측이 아니라 한국 정부에 정화비용을 청구하는 것은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때문이다. SOFA 시행에 관한 민사특별법 2조 등에 따르면 한·미 양국 정부가 아니라 제3자에 해당하는 지자체는 미군기지로 인해 피해를 입어도 미군에 직접 환경정화 비용을 청구할 수 없다.


한국 정부가 미군과의 정화비용 협상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미군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논의를 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2001년 신설된 SOFA 환경조항이 미군의 면죄부가 되고 있다고 말한다. 배제선 녹색연합 용산반환기지대응 태스크포스팀 활동가는“SOFA 독소조항을 개정하지 않는 이상 정화비용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ㅣ경향신문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