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제와 재정 걱정…탄핵까지 꺼내며 '법인세 감세' 막는 巨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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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2-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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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1호 개혁법안인 법인세 감세안이 169석 거대 야당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감세와 민간경제 활성화를 핵심으로 하는 윤석열 정부의 경제 체질 개선 작업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윤석열 정부의 첫 대책이 ‘부자 감세’로 비판받은 이명박 정부 정책을 재탕한 수준”이라며 “소수 재벌 대기업에 혜택이 집중되는 법인세 감세로 국가 재정이 축소되는 일을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도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현행 법인세제를 바꾸지 않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이라며 “다른 대안은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달 16일 공개한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인하하는 계획을 내놨다. 경쟁국과 비교해 과도한 기업 세 부담을 줄여주고 땅에 떨어진 기업인의 사기를 북돋아준다는 목표에서다. 2018년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린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원위치한다는 의미도 있다.


민주당은 이 같은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 자체가 근본적으로 문제 있다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처방의 방향은 완전히 거꾸로”라며 “법인세를 낮춰도 투자로 유입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객관적 통계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기업의 투자 본능을 살려 한국 경제 활력을 되찾겠다는 법인세 감세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다. 김 의장은 “어디선가 세금을 걷어 서민을 지원하는 게 국가의 역할인데, 가장 경쟁력 있고 돈을 많이 버는 대기업에 세금을 깎아주는 게 사리에 맞느냐”며 재정 건전성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기업 경쟁력을 끌어올려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법인세 인하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국가 간 조세 부담이 글로벌 경쟁력의 중요한 부분이 되고 있는 만큼 정부의 법인세 개편은 매우 시의적절한 조치”라며 “가만히 있어도 인구 감소로 잠재성장률이 줄어드는 한국에서 기업 경쟁력을 높이려면 법인세율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법인세 인하=부자감세' 프레임…巨野, 탄핵까지 꺼내며 결사반대

尹정부 '1호 정책' 법인세 개편 무산 위기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20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 이뤄졌다. 올해 3월 치러진 대선으로 여당에서 야당으로 자리를 바꾼 민주당의 정국 전략을 공개하는 첫 번째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여기서 박 원내대표는 ‘탄핵’을 언급할 정도로 강도 높은 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주요 인사 측근 및 친인척의 대통령실 채용을 언급하며 “청와대의 공적 시스템을 무력화시킨 최순실의 국정농단은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다”며 “대통령 권력의 사유화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다.

○‘부자감세’ 비판하지만…

특히 민주당은 저지해야 할 윤석열 정부 정책으로 법인세 감세를 겨냥했다. 사정이 좋은 대기업에 혜택을 몰아주는 ‘부자감세’라는 것이 주요 이유다. 박 원내대표는 “법인세 인하 혜택은 한해 수십조원의 이익을 내는 삼성전자 등 재벌 대기업과 예대마진 폭리로 올 1분기에만 9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4대 금융지주 등에 돌아가는 게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는 정부가 추진하는 법인세 세제 개편 방향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당장 지난 18일 이뤄진 당정협의에서 중소·중견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법인세 감세안이 논의됐기 때문이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은 당정협의 직후 브리핑에서 “법인세 과세 체계 개편 과정에서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지원할 수 있도록 정부에 세제 체계를 개편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21일 발표할 예정이다.


김학수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은 “법인세율 인하는 자본의 사용자 비용 인하를 통해 투자 확대를 견인한다는 것은 실증분석으로 뒷받침된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을 1991~2016년에 걸쳐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수 비중이 높을수록 경제의 총요소 생산성이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재정건전성 우려는 자가당착”

법인세 감면으로 재정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민주당의 비판 지점이다. 지난해 65조5000억원에 이르렀던 만큼 관련 법인세 수입이 줄어들면 경제 위기에 대처할 재정여력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지금 서민경제가 어려운데 (줄어드는 세수를 벌충할) 세금을 어디 물겠다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도 “국채 발행은 하지 않겠다면서 세수가 줄면 무슨 돈으로 서민을 지원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해 여당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서 선거 개입 논란까지 자초하며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는 등 재정을 펑펑 쓴 민주당이 이제 와 재정건전성을 앞세워 감세에 반대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는 열 번의 추경을 통해 총 151조3000억원을 편성했다. 이는 노무현 정부(17조1000억원), 이명박 정부(33조원), 박근혜 정부(39조9000억원) 등의 추경 규모를 합산한 것의 1.7배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627조4000억원인 국가채무 규모는 지난해 말 939조1000억원까지 늘었다. 유력 당권 주자인 이재명 의원이 올해 2월 “이 땅의 국민들은 가계빚보다 국가부채를 걱정한다”고 밝히는 등 민주당 주요 정치인은 적극적인 재정 지출을 강조해왔다.

○민주당 문턱 넘기 어려울 듯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협조를 거부하면 법인세 개편은 입법부의 문턱을 넘지 못할 전망이다. 여당 정책위 관계자는 “법인세 인하는 자칫 정치적 공세를 받으면 부자 감세 프레임에 갇힐 수 있어 당 차원에서도 대립각을 세우는 것을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민주당은 부자감세 프레임을 적용한 만큼 지지층 결집을 위해서라도 법인세 감세 반대 입장을 좀처럼 바꾸지 않을 전망이다. 여론의 반대가 높았음에도 강성 지지층을 의식해 밀어붙였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비슷한 맥락이다. 대신 유권자들의 관심이 높은 소득세 및 종합부동산세 개편에는 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 교수는 “법인세 세율을 낮추더라도 기업 투자와 활동이 늘면 일자리도 덩달아 증가하며 오히려 세수는 늘어날 수 있다”며 “각종 세금 감면에도 세수가 늘었던 박근혜 정부 사례에는 눈을 닫고, 경제위기로 낙수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이명박 정부의 사례만 언급하며 민주당이 법인세 감면에 반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