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英, 지갑 얇아진 공공 노조 ‘파업 도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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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2-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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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發 혼란 가중

에너지·식료품 등 가격급등 영향

실질임금 22년만에 최대폭 감소

5월 CPI 9%돌파 40년만에 최고

공공부문 임금인상률 1.5% 그쳐

우편·철도·통신 등 속속 파업결의


전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기록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텅 빈 영국 노동자들의 지갑 사정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물가 사정을 반영한 실질임금이 2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해 영국인들의 가처분소득이 지난 1964년 이후 두 번째로 큰 감소 폭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우편을 비롯한 철도·항공·통신 분야 노동자들은 물가 오름세에 턱없이 부족한 임금 상승 속도에 항의하며 파업에 돌입하면서 영국 사회의 인플레이션발(發) 혼란은 갈수록 가중되는 모양새다.


영국 통계청(ONS)은 올해 3~5월 물가를 반영한 3개월 평균 실질임금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2.8% 감소했다고 1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통계청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1년 이후 최대 폭의 감소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과 식료품비 인상에 따른 고(高)인플레이션 현상이 실질임금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5월 영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40년 만에 최고치인 9.1%를 기록했다. 이는 주요 7개국(G7)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연말까지 11% 선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칸타는 영국 내 식료품 인플레이션율이 지난 10일 기준 최근 4주간 10%에 육박한다고 했고, 영국 에너지 전문 컨설팅업체 콘월 인사이트는 영국의 가구당 연간 에너지 비용이 오는 10월이면 3244파운드(약 509만원)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CNN 방송은 “영란은행(BOE)이 올해 영국의 가처분소득이 1964년 기록 이후 두 번째로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득 감소 현상을 마주하고 있는 영국 노동자들은 단체 행동에 나서는 모양새다. 특히, 민간 부문에 비해 임금 상승률이 턱없이 낮은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파업이 연달아 진행될 예정이다. ONS에 따르면 공공부문 평균 임금 상승률은 1.5%로 민간의 7.2%에 비해 매우 낮다.

영국 정부는 즉각 공공부문에 대한 임금 상승 조치를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다. 이날 영국 정부는 국민보건서비스(NHS) 의료진 최소 4.5%, 교사 최소 5% 임금 인상을 결정했다. 여기에 경찰 역시 평균 5% 인상에 해당하는 1900파운드(약 298만원)를 일시금으로 받게 될 예정이고, 군·사법·교도행정에서도 임금이 오른다.


영국 정부는 “임금 관련 독립 심사기구의 의견을 전적으로 수용해 20여년 만에 최대 폭으로 공공부문 임금 인상을 단행했다”며 “필수 부문 인력이 생활비 상승에 대처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도 임금 인상이 물가를 자극하지 않도록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노조는 물가상승률 전망치에 크게 미달하는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당장 이날 로열 메일의 우편 부문 직원 11만5000명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투표율 77%에 찬성률 96.7%로 파업을 결의했다.


철도노조 소속 8개 철도회사 기관사들도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이달 30일에 파업을 할 예정이다. 이 밖에 히스로공항에선 급유 부문 직원들이 이번 주 파업에 들어가고, 통신회사 BT도 이달 말 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