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스포츠 '비상선언' 목적지를 잃어버린 고장난 비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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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2-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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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이 고장 났는데 설상가상 목적지까지 잃어버렸다. 140분의 러닝타임 동안 정처 없이 표류하다 추락해버리는 영화 '비상선언'이다.


3일 개봉하는 '비상선언'(감독 한재림·제작 매그넘9)은 항공 테러로 무조건 착륙해야 하는 상황, 재난에 맞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리얼리티 항공 재난 드라마. '우아한 세계' '관상' 등을 연출한 한재림 감독이 '더 킹'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특히 '비상선언'은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으로 기획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기생충'의 송강호와 '우리들의 블루스'의 이병헌을 비롯,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김소진, 박해준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했기 때문. 심지어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되며 주목받기까지 했다. 상황이 이렇게나 긍정적이다 보니 작품의 완성도가 조금만 받쳐준다면 흥행 대박은 따놓은 당상이었다.하지만 '비상선언'은 그걸 해내지 못했다. 특히 후반부로 가면 갈수록 엉성해지는 만듦새로 실소가 터져 나오게 한다.


가장 큰 문제는 한재림 감독이 적절한 때에 작품을 끝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비상선언'의 소재인 비행기에 비유하면 마치 착륙을 앞두고 계속해 고 어라운드(착륙 복행) 하는 꼴이다. 분명 기승전결에 따라 엔딩에 거의 다다른 것 같은데 더 극적인 연출을 가미하기 위해 기수를 확 꺾고, 다음 목적지에서도 착륙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향해 회항을 택한다.


극적인 분위기 반전이 연달아 반복되다 보니 피로도가 쌓이는 건 당연. 한 술 더 떠 '비상선언'은 엔딩에 신파까지 가득 담아내며 가슴을 더 답답하게 만든다. 억지로라도 눈물을 터트리게 하기 위해 자극적인 연출이란 연출은 모두 다 사용했다. 그러나 효과는 미미하다. 거듭된 반전에 이미 몰입도가 무너진 탓이다. 인물들의 서사에도 감정이입이 되지 않다 보니 아무리 배우들이 명연기를 펼친다고 한들 공감이 되지 않는다.


이름값만큼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했고, 항공 화학 테러라는 소재도 신선했지만 한재림 감독은 이 두 가지 중 하나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고군분투하며 연기한 배우들만 안타까울 뿐이다. |티브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