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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석유 감산 결정 이후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사우디가 중국과 에너지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6일 보도했다. 중국은 사우디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이다. 독일 싱크탱크인 메르카토르 중국학연구소(MERICS)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사우디 원유 수출의 27%를 차지했다.

SCMP에 따르면 사우디 에너지 장관인 압둘라지즈 빈 살만 왕자와 중국 장젠화 국가에너지국장은 지난 21일 화상 회담을 통해 사우디에 중국 제조업체들을 위한 ‘지역 허브’ 구축을 통해 에너지 공급망에서의 협력을 심화하는 데 합의했다.

양측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 관련 협력과 공동 투자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SCMP는 전했다.

‘일대(一帶)’는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 실크로드, ‘일로(一路)’는 중국에서 동남아, 아프리카, 유럽으로 이어지는 해상 실크로드를 뜻한다. 일대일로 선상에 있는 60여개 연선국가의 인구는 약 44억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63%, 경제 규모는 21조 달러(약 2경9230조원)로 전 세계의 약 29%를 차지한다. 푸단대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는 올해 상반기 55억달러(약 7조8600억원)를 유치해 일대일로 투자의 최대 수혜국이 됐다.

사우디 정부는 이번 회담과 관련해 “양측은 복잡하고 변동성이 큰 국제 환경 탓에 다양한 불확실성을 견디고 있는 글로벌 시장의 안정을 위해 장기적이고 신뢰할만한 석유 공급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사우디는 중국의 가장 신뢰할만한 파트너이자 원유의 공급자”라고 밝혔다.

SCMP는 “회담 후 사우디가 미국과의 관계 재조정을 위해 중국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사우디가 중국과 에너지 회담을 한 것은 사우디에는 (미국 외에) 다른 파트너도 있음을 알리는 것이 목적이라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중국 닝샤대학 중국-아랍연구소의 리샤오셴 소장은 SCMP에 “사우디의 손에는 이제 더 많은 선택지가 있“러시아는 사우디와 협력 강화를 추구하고 있다. 중국과 사우디의 관계는 항상 좋았는데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유럽의 사우디에 대한 의존은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우디와 미국의 관계는 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베이징 소재 싱크탱크 중국세계화센터의 부주임이자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고문인 빅터 가오 즈카이는 중국이 인프라를 중심으로 사우디에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의 협의 OPEC+는 11월부터 원유 생산량을 하루 200만 배럴 줄이기로 지난 5일 합의한 바 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인 대유행) 이후 최대 감산 폭이다.

미국은 OPEC+의 대규모 감산 결정이 국제유가를 끌어올려 세계적 인플레와 경제난을 심화하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전쟁자금 확보를 도울 것이라며 만류했다. 하지만 사우디는 감산 결정은 특정 국가의 편을 든 것이 아니라 순전히 경제적 맥락에서 내려진 결정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은 이번 감산 결정이 러시아의 석유 수출 실적을 늘림으로써 러시아에 대한 제재 효과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사우디와의 관계를 재고하겠다는 의향까지 비치고 있다. |조선비즈|